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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상속세와의 전쟁④] 삼성‧LG·넥슨·한진 오너家, 상속세 딜레마에 빠지다
[상속세와의 전쟁④] 삼성‧LG·넥슨·한진 오너家, 상속세 딜레마에 빠지다
  • 손민지 기자
  • 승인 2023.08.22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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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가 상속세 등 따른 주식 담보대출 7조6000억원 넘어
과도한 상속세, 경영권 위협...'불로소득' 시각 바뀌어야

국내 기업들이 상속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막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빚을 내고, 상속 소송을 벌이거나 포기하기도 한다. 어떤 중소기업 창업자는 상속세가 버거워 애써 일군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폐업하거나 매각하기도 한다. 이는 산업을 가장 밑바닥에서 떠받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가장 큰 동기 중 하나가 후대에 물려주는 것인데 이를 포기할 정도로 세금이 가혹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의 편중을 막으려면 상속세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가 정신’을 죽이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등 기업의 뿌리를 통째로 흔든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재계 상속세 이슈와 가업승계의 올바른 방향성을 찾기 위해 5회에 걸쳐 상속세 문제를 짚어본다.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심각한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뉴시스, 각 사>

 

[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미국에서 존경받는 위인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절대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로 ‘죽음’과 ‘세금’을 들었다. 이 두 가지가 결부된 ‘상속세’는 망자가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부를 대물림하는 과정을 좌우하는데, 국내 재계의 자산 증식 및 승계에 큰 파급력을 끼치고 있다.

특히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심각한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 일가는 상속세 때문에 지주사의 지분 일부를 물납하면서 정부를 2대 주주에 올리기도 하고, 해외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기기도 하는 등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상속세 부담에 경영권까지 매각

기업 오너 일가가 과도한 상속세를 감당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은 주식 담보 대출이다. 대부주식 담보대출은 재산권만 담보 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는 지장이 없다. 다마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권의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입거나 심할 경우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로 기업 분석 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4일 기준 대기업 집단 중 총수가 있는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 들어 대기업 오너 일가가 상속세 등을 내기 위해 받은 주식 담보대출은 7조6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36개 그룹에서 136명이 주식을 담보로 7조6558억 원을 빌렸는데 이는 1년 전(5조4196억 원)보다 41.2%나 증가한 수치다.

삼성 오너 일가는 납세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주식 담보 대출을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삼성 대출현황을 보면 이재용 회장을 제외한 홍라희 전 관장·이부진 사장·이서현 이사장, 세 모녀의 주식담보 비중은 지난해 20.2%에서 올해 40.4%로 2배 증가했다. 담보대출 금액도 1조8871억원에서 4조781억원으로 2조1910억원(116.1%) 늘었다.

이들이 5%대의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대출을 받은 이유는 상속세 납부다. 삼성 오너 일가는 지난 2021년부터 5년간 6회에 걸친 연부연납으로 12조원 넘는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1억1730만 주(1.96% 지분) 중 18%인 2101만 주를 담보로 8500억원을 대출받았다. 올해 다시 추가로 6034만 주를 담보로 1조4000억원을 대출받아 2조2500억원을 대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보유지분 가운데 51.4%를 담보대출을 위한 담보로 제공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전자 보유주식 중 906만2000주를 담보로 3200억원을, 삼성물산 주식 465만6000주를 담보로 3300억원을 대출받아 총 6500억원을 담보대출 중이다. 올해 다시 삼성전자 지분 중 1359만 주를 담보로 5170억원을 대출받아 총 대출 금액은 1조16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삼성물산 주식 461만3390주를 담보로 3400억원을, 삼성SDS 보유주식 중 60만4000주를 담보로 471억원을 대출받아 총 3871억원을 담보 대출 중이었다. 올해 삼성전자 주식 5539만4044주(0.93%)의 17.2%를 담보로 3371억원을 빌렸다. 삼성물산의 대출은 160억원 감소한 3240억원이었고 삼성SDS의 지분 1.95%는 지난 4월 전량 매도하면서 총대출 금액은 6611억원이 됐다. 대부분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대출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연부연납을 위한 공탁 외에는 주식담보 대출은 없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7000억원 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이어가고 있다. 조원태 한진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도 부친이 별세한 이후 상속세를 내려고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도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해 주식을 담보로 맡겼다.

정부가 2대주주? 지분 구조도 바꾼 상속세

무거운 상속세율은 게임 회사의 지분 구조를 단숨에 바꿔버리기도 한다. 상속재산 중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이 상당수를 차지해 현금으로 납세하기 어려운 경우, 주식이나 다른 자산을 현금 대신 납부하는 ‘물납 제도’를 채택한 게임회사 넥슨의 사례가 그렇다.

김정주 넥슨 회장 사망 이후 김 회장의 유족은 60% 최고세율로 상속재산 10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6조원을 상속세로 내야 했다. 유족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현금 대신 넥슨 그룹 지주회사인 NXC 지분 29.3%(4조7000억원)를 물납했다. 유족으로부터 NXC의 지분 29.3%를 넘겨받은 기획재정부는 전체 지분의 29.3%에 해당하는 85만2190주를 보유해 단숨에 2대 주주가 됐다.

물납으로 인해 김정주 창업자의 배우자 유정현 이사와 두 자녀 등 유족이 보유한 지분은 98.64%에서 69.34%로 줄었다. 기재부가 보유한 NXC 지분은 다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돼 매각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매각 수익은 세외 수입으로 분류돼 국고에 귀속된다.

27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족은 재원 마련을 위해 지분을 정리했다. 조현민 한진 부사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정석기업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조원태 회장 역시 9326주를 매도, 4.59%였던 지분율이 3.83%로 내려갔다. 이는 총 29억8400만원에 달하는 양이다.

한미약품의 오너 일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난달 사모펀드에 보유 지분을 넘겼고, 락앤락 등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해외 사모펀드 등에 넘겼다.

기재부는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피상속인의 유산 자체를 대상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를 상속인 개개인이 물려받은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상속=부의 대물림’으로 인식된 현재 분위기를 가장 우려한다. 상속이 불법적인 재산 축적과 함께 불로소득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재벌 회장의 일탈이 이런 분위기를 조장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친 상속세로 인한 국부 유출이나 고용 감소, 성장 둔화 등 경제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상속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파이터치연구원은 2021년 기업 상속세율을 50% 인하할 경우 일자리가 26만7000개 창출되고, 기업 매출액이 139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그리스의 경우 2003년 기업 상속세율을 20%에서 2.4%로 크게 인하했는데, 기업을 상속한 가족기업의 투자가 약 40% 증가했다”며 “현행 기업 상속세율을 과세표준 전 구간에 걸쳐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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