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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와의 전쟁①] ‘가업승계 포기’ 강요하는 나라...기업가 정신 죽인다
[상속세와의 전쟁①] ‘가업승계 포기’ 강요하는 나라...기업가 정신 죽인다
  • 손민지 기자
  • 승인 2023.08.03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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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속 신고한 피상속인 5% 불과
상속 포기하고 회사 매각·폐업 사례 속출
OECD 회원국 중 상속세율 최고...정부, 손질 움직임
 ‘가업승계 포기’를 강요할 정도로 세율이 높은 상속세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고통 받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기업들이 상속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막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빚을 내고, 상속 소송을 벌이거나 포기하기도 한다. 어떤 중소기업 창업자는 상속세가 버거워 애써 일군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폐업하거나 매각하기도 한다. 이는 산업을 가장 밑바닥에서 떠받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가장 큰 동기 중 하나가 후대에 물려주는 것인데 이를 포기할 정도로 세금이 가혹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의 편중을 막으려면 상속세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가 정신’을 죽이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등 기업의 뿌리를 통째로 흔든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재계 상속세 이슈와 가업승계의 올바른 방향성을 찾기 위해 5회에 걸쳐 상속세 문제를 짚어본다.


[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지난해 상속을 신고한 피상속인(사망자) 수는 1만9506명으로 전체 사망자 37만2800명의 약 5%에 불과하다. 5%만 상속세를 내고 95%는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는 말이다. 같은 기간 피상속인의 총 상속재산은 56조4037억원으로 인당 평균 약 29억원이었다. 이는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 자산(5억4772만원)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징벌적 상속세, 가업 승계 막는다

이렇듯 기업들이 상속세 납부를 피하는 것은 높은 상속세 부담 때문이다. 경기도 안산 소재 25년 업력의 K사 대표는 “높은 상속세 부담을 안고 승계한 기업이 계속 잘 운영된다는 보장이 없어 가업을 물려주기보다 기업을 매각한 대금을 증여해주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이로울 수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을 하는 N사 대표의 경우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 상속을 포기하고 지분 전량을 매각해 해외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금속주형을 제작하는 D사 창업주는 갑자기 유명을 달리 했고, 상속인은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회사를 매각했다. 코스매틱 회사인 L사의 강 아무개 대표도 가업승계를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탓에 경영권을 매각하고 말았다. 손톱깎이를 생산하는 M사와 콘돔제조사 B사도 상속세 부담에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기업 승계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나 중소기업은 국내 전체 고용의 약 83%를 차지한다. 과도한 상속세로 경영권이 흔들리면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인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의지, 국가·사회에 대한 공헌, 기술과 업력에 대한 자부심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상속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3일 재계에 따르면 OECD 38개국 가운데 상속세를 과세하는 24개국 중 20개국은 개인별 취득재산을 기초로 하는 유산취득세를 따르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만 상속재산 전체를 과세대상으로 하는 유산세 방식을 취한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유산세 방식의 국가들은 기초공제액이 크거나(미국 1292만 달러) 단일세율이거나(영국 40%) 세율이 낮아(덴마크 15%) 유산세의 부작용을 상쇄하고 있다. 유독 한국만이 삼중사중의 징벌적 상속세 부과 장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22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경영권 승계에 관한 할증이 덧붙여지는 경우 60%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수 있다. 예컨대 기업 지분을 100% 보유한 창업 1세가 2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면 2세의 지분은 40%만 남게 되고 3세까지 승계하면 지분율이 16%로 줄어든다.

승계 포기 현상은 경영자의 고령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막대한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청년층이 승계를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소기업 대표자들의 평균 연령은 53.4세이며 매년 1.4%씩 높아지고 있다. 2020년 기준 중소기업 경영자 중 30.7%가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승계 불발시 폐업 등으로 인해 예상되는 자산총액에 대한 경제적 손실은 238조293억원에 이른다.

'2023 세법 개정안' 발표...중소·중견기업들 한숨 돌리나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2023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상속세 전반에 관해 조정에 나섰다.

해당 세법 개정안은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을 승계할 때 물리는 세금 부담을 낮추고 계획적 승계를 위한 사전 증여세를 최대 20년간 나눠 낼 수 있도록 했다. 가업승계와 관련해 ▲가업승계 증여세 저율과세 구간 상향 ▲가업승계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 연장(5년→2년) ▲사후관리 완화(업종 유지요건 완화) 등 내용이 포함됐다.

먼저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 증여세 저율과세(10%) 구간을 상향(60억→300억원)하기로 했다. 또한 기업이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업상속공제·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 받을 시 사후관리기간(5년) 업종변경 허용범위를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에서 '대분류 내'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때 상속세는 최대 20년까지 납부기간을 연장해 나눠 낼 수 있지만 계획적 승계를 위한 사전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은 5년이었는데 정부는 이를 20년으로 늘릴 예정이다. 

중소기업인들은 업계가 건의한 가업승계 제도 개선 방안이 많이 반영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부분(84%)이 계획적인 사전승계를 선호하는 현실 속에서 정부의 가업승계 지원세제 개선 발표는 원활한 사회·경제적 책임과 업(業)의 승계를 통한 장수 중소기업 육성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가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기업들이 계획된 승계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국의 입법례 등과 함께 현재 중소·중견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중소기업의 경우 단기간 내 증여세를 내게 하면 사실상 기업 영속성 유지가 어려워진다”며 “무엇보다 기업들이 자본·기술을 자녀 세대에 이전해 계속 기업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다만 높은 상속세율은 가업승계의 여전한 걸림돌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94.5%가 가업승계의 어려움으로 조세 부담을 꼽고 있다. 재계와 경제단체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벗어난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세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승계는 여전히 ‘부의 대물림’이라는 프레임에 갖혀 본격적인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중소기업 친화적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 본부장은 "중소기업 창업세대의 급격한 고령화로 가업승계가 최대 고민이었는데 이번 세제 개편안을 통해 중소기업 고령 CEO의 고민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업승계와 관련한 큰 틀이 마련된 만큼 이를 토대로 앞으로는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사원용 복지아파트 등 세부적인 사안들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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