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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6 18:5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상속세와의 전쟁②] 등골 휘는 상속세 대물림, '100년 기업' 불모지 만든다
[상속세와의 전쟁②] 등골 휘는 상속세 대물림, '100년 기업' 불모지 만든다
  • 손민지 기자
  • 승인 2023.08.08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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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 10명 중 8명 "가업 승계 생각 없다"...상속·증여세 부담
OECD 38개 회원국 중 15개국 상속세 없어...유산취득세 도입 표류
백년가게·백년소공인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사업의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점포로서 백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성공모델을 확산하는 사업이다. <뉴시스>

국내 기업들이 상속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막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빚을 내고, 상속 소송을 벌이거나 포기하기도 한다. 어떤 중소기업 창업자는 상속세가 버거워 애써 일군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폐업하거나 매각하기도 한다. 이는 산업을 가장 밑바닥에서 떠받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가장 큰 동기 중 하나가 후대에 물려주는 것인데 이를 포기할 정도로 세금이 가혹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의 편중을 막으려면 상속세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가 정신’을 죽이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등 기업의 뿌리를 통째로 흔든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재계 상속세 이슈와 가업승계의 올바른 방향성을 찾기 위해 5회에 걸쳐 상속세 문제를 짚어본다.

[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최근 도봉역 2번 출구 인근의 설렁탕 가게 ‘무수옥’에서 백년가게 현판식이 열렸다. 백년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2018년 도입한 소상공인 정책으로, 고유 사업을 30년 이상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업체 중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에 부여되는 인증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이 제도에 백년가게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백년 이상 가업을 이어가는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달한다. 그럼에도 중소기업 76만2000곳 중 가업상속공제 이용 실적은 110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업승계에 폭넓은 지원을 하는 일본이 2918건, 독일 2만8482건 등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는 장수기업 생존률을 봐도 알 수 있다.

전 세계 200년 이상 된 기업(블룸버그통신‧2019년 기준)은 8700여개에 이른다. 일본이 3146개로 44.8%를 차지하고 네덜란드 222개, 프랑스 196개, 영국이 186개로 집계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00년 이상 업력을 가진 장수기업이 두산, 동화약품, 몽고식품 등 7곳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100년 기업 나오기 어려운 이유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한 장수 기업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30년 이상 된 장수 기업의 수는 전체의 4.3%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은 21.3%, 자산은 28.6%를 차지한다. 업력이 40년 이상 된 기업의 경우 10년 미만 기업에 비해 수출과 고용 능력은 8배, 연구개발비는 3배나 높다. 이는 업력이 높아질수록 수출, 고용 능력 등이 높고 사회·경제적 성과를 창출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계에서는 한국에서 100년 기업을 보기 어려운 가장 큰 원인으로 '높은 상속세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2020년 2월 발표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업 승계 계획이 없다"라는 경영인이 83%로 집계됐다. 이 중 상당수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주된 사유로 꼽았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세율은 50%, 기업 경영권까지 물려받으면 10%포인트가 할증돼 60%로 높아진다.

김우철 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도한 상속세로 상속 과정에서 승계 문제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 존속까지 영향을 주고, 최종적으로 많은 근로자들의 계속 고용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상속세 제도는 소득세를 상당액 냈는데도 또 상속세를 내야 하는 문제가 있어 기업들의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공개된 2023 세법개정안에는 가업승계 세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기재부>

이와 달리 다른 나라들은 상속세 무게를 덜고 있는 추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포르투갈·슬로바키아(2004년), 스웨덴(2005년), 체코(2014년) 등이 2000년 이후 상속세를 폐지했다. 상속세를 부과해도 실효세율이 낮거나 직계가족에게 면제해주는 등의 완화책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5개국에 상속세가 없다. 스위스 등 5개국은 상속세가 있지만 자식에게 물려줄 때는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는 상속세를 걷는 것보다 가업을 이어받아 법인세를 더 내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일본(55%), 프랑스(45%), 미국·영국(40%) 등은 한국처럼 상속세율이 높은 편이지만 공제 혜택이 커 실제로 부담하는 상속세율은 한국보다 낮다. 일본은 비상장기업의 경우 세액 80%의 납부를 유예했다가 5년 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면제해줘 실효세율은 11% 정도다. 프랑스와 영국의 가업 상속 실효세율도 각각 11.25%, 20%에 그친다. 독일의 경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제를 면제해주는데, 최대 공제 가능 자산을 9000만 유로(약 1190억 원)로 정했다.

미국은 1977년까지 상속세 최고세율을 무려 77%까지 올렸다가 경제활동 의욕을 과도하게 꺾는다는 이유로 현재 수준으로 낮췄다. 미국에선 자녀가 부모로부터 2340만 달러(약 306억원)까지 세금 없이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

상속세율이 70%에 달하던 스웨덴이 상속세를 없앤 데는 제약사 아스트라 상속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1984년 아스트라 지분을 물려받은 자녀들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결국 주식 대부분을 팔아도 상속세를 마련할 수 없었다. 이 회사는 나중에 영국의 제네카에 인수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가 됐다. 기업이 법인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경쟁력을 지속하면서 기업 매각으로 인한 일자리 손실 같은 리스크를 없애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상속세제 개편 기대감 있지만 유산취득세 도입 장기화

재계에서는 과도한 세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상속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기업의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 한국에서 ‘100년 기업’을 늘리고 키우기 위해서는 2000년 이후 과세표준, 세율을 23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속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피상속인의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는 유산세 방식을 1950년 제정한 후 현재까지 7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안으로 후보시절 ‘유산취득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는 이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해 1~3월 누계 국세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원, 5월까지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조4000억원 감소했다. 또한 1분기 세수진도율은 21.7%로 최근 5년 평균(26.4%)보다 4.7%포인트(p) 낮은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해 경기둔화로 인한 세수부족 상황에서 정부가 감세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상속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만큼, ‘부의 대물림’을 촉진하고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는 여론이 있다는 점도 정부가 방향을 튼 것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유산세 방식이 유산취득세보다 위장분할이나 허위신고 위험성이 낮고 세수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이 각자 취득하는 개별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여러 명에게 분할할수록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상속을 받는 자가 상속받는 액수만큼 세금을 납부하는 응능부담 원칙(납세자의 능력에 맞게 공평하게 과세하는 원칙)을 고려한 제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유산 3억9200만원을 4명이 물려받는다고 가정할 때 현행 유산세 기준으로는 최고세율 20%가 적용돼 산출세액은 6840만원이 된다. 그러나 유산취득세가 적용되면 4명이 각각 9800만원의 과표를 적용받게 되므로 최고세율이 10%로 낮아져 4명의 총 세금은 3920만원으로 줄어든다.

'재계 숙원'인 유산취득세 도입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기재부는 제도 개편과 관련해 추가 연구를 진행중이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유산취득세를 도입하기 위해 선진국 사례, 관련 쟁점 등을 연구하고 있다”며 “제도 개편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6월 14일 열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세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과세 방식을 유산세 방식에서 개인의 납세 능력에 따라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조세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우리 기업의 활력을 높이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해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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