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하자 눈 감고 한화오션에 가혹한 잣대 지적
부승찬 “방산 비리” 주장...특정기업 수의계약 추진하다 연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HD현대중공업>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과 관련해 지리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기준점을 잡아야 할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의 오락가락 행보가 논란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방사청은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며 한화오션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으려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치권 비판이 이어지자 돌연 국회 보고와 국방부 재검토를 거쳐 다시 논의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방사청, ‘알박기’ 비판에 8조원 규모 KDDX 결정 보류

25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지난 15일 한화오션을 상대로 행정처분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기본설계 제안서를 방사청에 제출할 당시 개념설계 보고서에 포함된 도표 등 27건을 도용했고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을 방사청에 제출하지 않은 채 장기간 보관하고 있었다는 이유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최근 군사기밀보호법상 공소시효(10년) 만료 등을 들어 불입건 결론을 내렸지만 방사청이 굳이 행정처분 필요성을 꺼내 들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24일 열릴 예정이던 방사청 사업분과위원회 회의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의계약으로 추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지적이 정치권과 업계 일각에서 나왔다. 

통상 함정사업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개념설계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수의계약으로 결론날 경우 자연스럽게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에 사업 주도권이 넘어가게 된다. 실제 방사청 개청 이래 19차례 함정 설계에서 충무공이순신함을 제외하곤 모두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았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에는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2~2015년 직원 9명이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몰래 빼낸 혐의로 2023년 11월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경쟁입찰로 업체를 선정하면 HD현대중공업은 기밀유출 건으로 사업 입찰에서 보안감점(1.8점)을 받는다. KDDX 사업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업체를 선정해야 공정성이 지켜진다는 다수의 업계 관계자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한 수의계약을 강행하기 위해 한화오션의 행정처분 검토라는 명분을 급조한 셈이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동시에 걸려 있는 개념설계 보고서 활용 여부와 관련해선 무혐의를 받았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시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시스>

국방부 대변인 출신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방사청을 강하게 질타했다. 부 의원은 “국방부가 4월 내로 특정 업체와의 수의 계약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얘기가 들려온다”며 “민간 방위 사업 추진위원들이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고 국회 국방위원회에 납득할 만한 설명조차 없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권이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알박기를 감행하는 저의를 알기는 어렵다”며 “국방부가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업체와 수의 계약을 추진한다는 것은 방산 비리로 규정할 수밖에 없어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 청구, 법적, 행정적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 의원뿐만 아니라 익명을 요구한 방산업계 한 관계자 역시 “HD현대중공업에게 사업권을 주라는 대통령실 오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방사청은 KDDX 사업자 선정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KDDX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국방부 차원의 사업추진방안 점검과 국회 대상 설명과정을 거친 후 분과위에 재상정 하기로 해 안건이 보류 결정됐다”고 밝혔다.  

공동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기본설계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대안으로 공동개발 등의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사청 중재로 양사가 만나 KDDX 사업 협력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사업 주도권을 결정하는 계약 방식을 두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로써 KDDX 사업은 1년 이상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KDDX 사업이 미래 해군 전력 증강의 핵심이기에 군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대장)은 지난 2월 양사에 서신을 보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주변국은 해군력을 지속 증강하는 엄중한 현 안보환경 속에서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KDDX는 2030년까지 해군의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 만 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앞서 두 회사는 KDDX 관련 사업을 하나씩 따냈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주했다. 양사는 그동안 기본설계 개념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진행한 기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맡아온 그동안의 전례를 따라 수의계약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누설에 따른 실형 판결을 근거로 들며 HD현대중공업이 법적 리스크를 갖고 있는 만큼 수의계약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상협 더불어민주당 국방전문위원은 “저희 당 입장은 KDDX 사업이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되는 만큼 투명한 절차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방사청은 현재 별다른 근거 없이 수의계약을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이는 앞뒤가 바뀐 절차이며 기본설계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선행돼야 양사의 불만을 최소화한 상태로 선정 과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사이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