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사라진 회삿돈…‘상품권 현금화’ 관행 정황
한화 알고도 넘어갔나…실사·판단 과정 의문 남아
회사 이미지 구겼는데 선처?…국세청, 조사4국 투입

[인사이트코리아 = 김호진·김동수 기자]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한화호텔) 부사장 주도로 인수한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에서 내부 비자금 조성 정황이 포착됐다. 전 오너인 구본성 전 부회장은 수년간 회사 돈으로 산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사용했다. 이러한 방식은 부친인 고(故) 구자학 전 회장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확인됐다. 명절마다 ‘상품권 깡’을 통해 부자가 나란히 회사 자산을 개인 금고처럼 사용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인수 주체인 한화호텔과 아워홈 행보는 이례적이다. 업계에선 한화호텔이 인수 실사 과정에서 전 오너가 자금 유용 정황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올해 5월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아워홈은 되레 항소심 재판부에 구 전 부회장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내부에서조차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태도다. 여기에 최근 국세청이 아워홈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당시 구본성 전 부회장이 회사에 입힌 경제적 손실은 이미 전액 복구됐고, 일부는 그 이상으로 변제됐다”며 “이 같은 점이 참작돼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안은 과거 경영진의 비리“라며 현재 아워홈 경영 체제와는 완전히 선을 그었다.
구자학 전 회장 시절부터 매년 명절 상품권 3000만원 현금화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 대표이사 재직 당시 회사 자금을 수십억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지난 2023년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구 전 부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지난 8월 1심보다 많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상품권 현금화’를 통한 회사 자금 유출이다. 구 전 부회장뿐 아니라 구 전 회장도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산 후 현금으로 바꿔 사용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코리아> 취재에 따르면 구 전 회장은 재임 시절 매년 설·추석 명절 때마다 임원들 명의로 거래처에 지급하는 백화점 상품권을 회사 자금으로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상품권 약 3000만원치는 ‘상품권 기타’로 추가 구매해 현금으로 교환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 전 회장은 2000년 LG유통 FS사업부(푸드서비스 사업부)에서 분리된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해 20여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현재로선 그가 얼마나 많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매년 6000만원이 오랜 기간 구 전 회장에게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들인 구 전 부회장 역시 이를 알고 회삿돈으로 구입한 상품권을 현금화해 받아 가기 시작했다. 2017년 9월 회사 대표로 있으며 재경팀장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상품권 기타’ 금액을 30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1500만원 늘렸고 이를 현금화해 받아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가져간 금액만 상품권 기준 1억500만원, 현금으로는 9900만원이다. 1심, 2심 재판부는 모두 이를 범죄사실로 인정했다.
한화호텔 “구본성 이슈만 인지”…아워홈 “세무조사 배경·사유 알수 없어”
문제는 이후 움직임이다. 한화호텔은 아워홈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반복된 상품권 현금화 정황을 포착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되레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 후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먼저 짚어볼 부분은 한화호텔의 인지 여부다. 한화호텔은 지난해 10월 본격적인 아워홈 인수에 들어갔다. 실사, 특수목적법인(SPC) 우리집에프앤비 설립,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승인 등을 거쳐 올해 5월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인수 절차에만 약 7개월이 소요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구 전 부회장에 대한 1심 유죄 판결 시점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배임·횡령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이는 한화호텔이 인수 절차에 착수하기 불과 한 달 전이다. 1심 재판부 역시 구 전 회장과 구 전 부회장 회사 자금으로 상품권 현금화 사실을 판시한 만큼, 한화가 실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인지 못 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인사이트코리아>는 한화호텔 측에 인수 실사 과정에서 구 전 회장과 구 전 부회장의 ‘상품권 현금화’ 문제를 인지했는지 질의했다.
한화호텔 측은 이와 관련해 “(구 전 부회장) 관련 이슈가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구 전 회장 건에 대해선 별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아워홈 현 경영진들의 행보도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배임 혐의로 회사 이미지를 훼손한 피고인(구 전 부회장)을 오히려 선처해달라는 것이었다.
최근 국세청이 아워홈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역시 이 같은 의문을 더 키운다.
현재 이 조사에는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돼 ‘특별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별세무조사는 배임·횡령·비자금 정황 등 특정 혐의나 정황이 포착됐을 때 들어가는 조사다. 특히 조사4국은 대기업의 횡령·배임 사건을 전담하는 부서다.
이와 관련해 아워홈 관계자는 “최근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은 맞지만 조사 배경이나 사유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고, 자료 요청과 사실관계 확인에는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