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사망보험금, 새해부터 연금 전환 가능해져
생명보험업계, 새 고객군 발굴·재무건전성 개선 등 기대 커

이억원(좌석 뒷편 오른쪽 첫 번째)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생명 시청 고객센터를 방문해 사망보험금 유동화 출시일에 맞춰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이억원(좌석 뒷편 오른쪽 첫 번째)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생명 시청 고객센터를 방문해 사망보험금 유동화 출시일에 맞춰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인사이트코리아 = 손규미 기자]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의 연금화가 생명보험사의 새로운 고객군 발굴, 재무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 등 5개 생보사는 지난달 30일 연 지급형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출시했다. 전산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내년 초에는 월 지급형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다른 생보사들 또한 늦어도 내년 1월 2일까지는 관련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활용 가능한 연금자산으로 전환해 보험계약자들이 노후 소득공백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다.

이 제도는 종신보험 활용도를 높이고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 자금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의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생보업계 “종신보험 연금화, 새로운 기회 왔다”

생보업계 또한 이 제도 도입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신규 고객 유치·시장 확대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기존 종신보험은 1인 가구나 딩크족(자녀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매력이 떨어지는 상품이었다. 사후 보장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화가 가능해지면 사망보험금을 생전 노후 자금이나 의료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1인 가구와 딩크족이 새롭게 가입할 요인이 될 수 있다.

상품 경쟁력과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이다. 유동화 제도는 종신보험의 큰 약점으로 지적돼 온 ‘비유동성’과 ‘생전 혜택 부족’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 상품의 매력도를 높이고 보험사의 전반적인 이미지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민 노후를 돕는 정책성 상품을 출시한 만큼 보험사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종신보험 유동화 제도는 또 생보사들의 재무건전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새 회계기준 IFRS17에서는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데,  종신보험은 가입자 사망 시점이 불확실해 부채 평가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연금으로 전환되면 현금 흐름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부채 평가가 쉬워진다. 더불어 경우에 따라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 개선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보험사는 향후 지급해야 할 부채 규모와 시기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에 맞춰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연금 전환 시 지급될 금액과 기간이 확정되거나 예측 가능한 형태로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재무 부담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상당하다. 과거에 생보사들이 많이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종신보험 상품의 경우, 현재 저금리 기조에서는 역마진 리스크 우려가 크다. 하지만 가입자가 이 상품을 연금화하면 보험사는 고금리 사망보험금 지급 부담을 현재의 금리 수준에 맞춰 전환하거나 재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헬스케어 사업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

생보사들은 아울러 신성장동력으로 힘을 쏟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내다본다. 현재 생보업계는 단순 연금 지급을 넘어서 유동화된 보험금을 바탕으로 헬스케어 서비스, 요양 시설 이용권, 간병·입원 지원 등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형 유동화 상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여러 생보사들이 고령화 추세에 맞춰 요양 전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헬스케어 서비스 확장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생보사가 추진중인 시니어 사업들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최근 한화생명이 발표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40~50대 핵심 수요층은 유동화 제도의 생전 활용 가치(노후 대비, 능동적 자산 활용)에 대해 높은 공감도를 표시했다. 이는 관련 서비스에 대한 잠재적인 시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도 볼 수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종신보험의 부정적인 인식 개선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있어서 혁신적인 상품이라 볼 수 있다”며 “다만 고령화 사회에서 이 제도가 실질적인 노후 대안 선택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도 보완과 활용도 높은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사이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