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내실 경영’으로 실적 반등…유임 가능성 높아
잠실점, 2027년 ‘4조 클럽’ 향해 질주

[인사이트코리아 = 김호진 기자]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잠실점 매출 4조원 달성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는 단일점 기준 연간 매출 4조원을 넘어선 곳은 없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순 2026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롯데는 통상 11월 말~12월 초 인사를 발표해왔지만, 올해는 일정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지난 8월 이미 임원 평가를 마친 데다 신세계, CJ, 현대백화점그룹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예년보다 빠르게 인사를 마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룹 유통 부문 핵심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의 수장 교체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 대표는 올해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끌며 유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56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9.9% 증가한 1911억원을 기록했다. 외형 성장에는 실패했지만 수익성 확대는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3분기에도 매출 7343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7% 성장,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올해 들어 세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늘며 안정적인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롯데백화점 실적은 정 대표 경영 전략이 적중했기에 가능했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고 본점과 잠실점 등 핵심 거점 투자를 집중했다.
롯데百 잠실점 ‘4조 클럽’ 도전
특히 정 대표의 경영 성과가 돋보이는 곳은 잠실점이다. 효율 중심 경영과 체험형 리뉴얼 전략이 실적으로 이어지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잠실점은 지난 2022년 매출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3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백화점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다. 롯데는 2027년 잠실점을 국내 단일 백화점 최초 매출 4조원 매장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잠실점 성장세는 리뉴얼과 체험형 공간 확대에서 비롯됐다. 올해 초 37년 만에 대대적인 재단장에 착수했다. 2027년 완공이 목표다. 현재 본관 저층부인 식품관부터 리뉴얼에 돌입했다. 에비뉴엘까지 리뉴얼을 마치게 되면 롯데유통의 타운화 전략이 완성된다. ‘체험형 백화점’으로 전환이 핵심이다.
정 대표는 이 같은 변화를 잠실점 내부에 그치지 않고 인접 상권 전체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월드몰과 잠실점을 유통·문화·관광이 결합된 복합 상권으로 키우는 게 최종 목표다.
현재까지 진행된 타운화 전략은 성공적이다. 롯데쇼핑은 잠실 롯데월드몰 방문객은 올해 9월까지 4500만명을 넘어섰으며 연말에는 6000만명 돌파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 매출 비중은 3년 새 10배 이상 뛰었다. 롯데는 외국인 고객 유입을 위해 K패션·K뷰티 중심으로 매장을 재편했다.
정 대표는 “오프라인 유통 해법은 상품 큐레이션이 아니라 시간 큐레이션에 있다”며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백화점의 미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 대표가 실적 회복과 체질 개선 모두에서 성과를 입증한 만큼, 롯데그룹이 유통 부문에서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무 구조 개선은 임원 인사에 있어 가장 큰 척도“라며 “롯데백화점 최근 실적 흐름만 놓고 보면 교체 명분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