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호황...내부 갈등에 사업 추진력 퇴색
이라크 천궁-Ⅱ 수출 두고 한화 vs LIG 갈등
한화·HD현대도 KDDX 입찰 두고 고소·고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한 행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한 행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최근 방산업계 분위기는 마냥 밝지 못하다. 가성비 좋은 우리 방산 제품을 향한 러브콜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업체들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이하 한화)은 지난 9월부터 LIG넥스원과 약 3조7000억원 규모로 체결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이라크 수출 계약과 관련해 사전 합의 여부, 납기, 납품가격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긍정적 업황에도 계속되는 집안 싸움에 ‘울상‘ 

천궁-Ⅱ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핵심 자산이다.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넥스원,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한다.

한화 측은 LIG넥스원이 납기와 가격에 대한 사전 합의 없이 이라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LIG넥스원은 계약을 앞두고 한화 측에 검토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결국 3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도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다. 이로인해 3개 회사 모두 이라크 수출 계약을 실적에 반영하지 못했다. 

지난 8일 한화와 LIG넥스원이 상호간 수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는 한 언론 보도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에 “계속해서 LIG넥스원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기사와 다르게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천궁-Ⅱ 훈련 모습.<LIG넥스원>
천궁-Ⅱ 훈련 모습.<LIG넥스원>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을 두고 고소고발전을 벌이고 있다. KDDX는 2030년까지 해군의 6000톤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두 회사는 KDDX 관련 사업을 하나씩 따냈다. 이 중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주했다. 

양사는 기본설계 개념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그동안 기본설계를 수행한 기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맡아온 전례를 따라 수의계약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누설에 따른 실형 판결을 근거로 들며 HD현대중공업이 법적 리스크를 갖고 있는 만큼 수의계약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2015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몰래 빼낸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HD현대중공업이 설계한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설계한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HD현대중공업>

결국 한화오션은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의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당사 임원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개입한 바 없다고 주장하며 한화오션 직원들을 허위 사실 적시·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 했다. 

25일 기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고소고발전은 일단락 됐다. 한화오션이 대의명분을 강조하며 한 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 취하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세계가 대한민국 조선업을 주목하는 가운데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선 고발 취소를 통해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게 현 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며 화답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지난 5월 한화오션 관계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취하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고발 취소 배경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사 고소고발전은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법적 공방으로 다투는 와중에 최대 10조원 사업으로 평가받던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탈락한 데 이어 노르웨이 호위함 사업에선 검토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다만 향후 8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폴란드·필리핀 3개국 잠수함 사업 수주전이 남아 있어 이번 갈등 봉합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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