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시작 후 진입 늦다고 판단한 듯...도크 비우는 작업 시작
한화 잇따른 수주 의식...정기선·김동관, 재계 절친이자 라이벌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 방위산업 시장에 진출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임기가 시작된 이후 구체적인 정책을 살펴보며 미국 해군 지원함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참여를 본격화할 계획이었지만 한화오션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선 ‘선제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사내 의견을 수용, 진출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HD현대중공업, MRO 사업 시작 전격 발표
1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3일 주요 기관투자가와 증권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회사 측은 이 자리에서 올해 6월 말부터 미 해군 지원함 MRO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HD현대중공업이 관련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HD현대는 지난해 7월 MRO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인증인 함정 정비 협약(MSRA)를 국내 최초로 체결했지만 특수선 도크가 풀가동되며 실제 사업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 미 대선 향방이 오리무중이었던 점도 MRO 사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정 수석부회장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치러진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압도적인 격차로 승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트럼프는 대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MRO 사업을 강조하며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MRO 사업을 조선업 협력의 핵심으로 지목한 이상 정 수석부회장은 더 이상 시기를 늦출 수 없었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은 MRO 수주를 위해 4번 도크를 비우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미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함정의 80% 정도가 2010년 이전 진수된 모델이라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불과하지만 업종의 특성상 독과점이 가능하다. 지금의 세계 안보현실에서 조선업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에 MRO 사업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MRO 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탓에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 경쟁자는 한화오션 뿐이다.

정기선, ‘라이벌‘ 김동관 의식했나
HD현대중공업을 맹추격하고 있는 한화오션이 국내 MRO 시장 절대 강자라는 사실, 한화오션의 MRO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 ‘절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라는 점 등도 정 수석부회장 승부욕을 자극했다.
한화오션은 2022년 9월 한화그룹이 인수‧합병(M&A)을 한 이후 함정 MRO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약 1380억원에 인수,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같은해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프로사무소에서 발주한 MRO 2건을 모두 수주했다.
미국 방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정 수석부회장 입장에선 친구이자 라이벌 김동관 부회장과의 경쟁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 모두 오너3세 신분이지만 향후 회사를 승계 받을 것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회장으로 올라서기 전 업적을 쌓아 능력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명분을 쌓아야 한다. 지난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 전에서 양사가 세게 격돌했던 것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HD현대중공업은 북미 현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이 역시 한화오션이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 10%를 인수한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HD현대 관계자는 “현지 조선소 지분 투자나 임대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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