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멕시코 생산 비중 높은 미국업체에게 가장 불리”
하나증권 “일본·EU와 2.5%p 관세 격차, 현대차그룹 대응 가능”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 수출 ‘무관세’ 혜택 소멸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실질적인 악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7월 30일(미국 현지시각) 한미 간 관세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15%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일본·유럽연합(EU)과 동일한 수준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2년 3월 한미 FTA 발효 이후 누려 왔던 무관세 혜택이 사실상 종료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간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2.5%의 기본 관세를 적용 받던 일본·EU와 달리 무관세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협상 결과 일본·EU와 우리나라는 모두 15%의 동일한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따라서 일본·EU의 관세는 기존 대비 인상폭이 12.5%p인 반면, 한국의 인상 폭은 15%p이 되어 한국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것이 우려의 배경이다.
이 같은 우려는 전날 주가에도 반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각각 4.48%, 7.34% 급락했다.
2.5%p 관세 우위 소멸 영향은 제한적
그러나 우려와 달리 증권가에서는 일본과 EU 대비 한국산 자동차가 지녔던 2.5%p의 관세 우위가 소멸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EV/모빌리티팀 팀장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멕시코 생산 비중이 높은 미국업체에게 가장 불리하다”며 “멕시코 생산 비중이 높은 GM, 포드와 100% 전기차 판매업체인 테슬라의 판매 둔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임 팀장은 “일본·EU업체들의 멕시코 생산 비중은 30% 이상”이라며 “현재 멕시코발 수입 완성차에 대한 관세는 25%다. 향후 미국업체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멕시코발 수입 관세가 15%로 낮아져도 기존 0%에서 15%로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요타의 경우에는 캐나다에서 렉서스를 생산하면서 캐나다 생산 비중이 19%인데 캐나다와 미국 간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어 관세 협상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향후 캐나다와 관세 협상이 없다면 한국업체가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도 “관세율 인상폭 2.5%p 차이는 대당 약 600달러고, 이는 미국 내 평균 판매가격 대비 1.8%p 수준인 바 (현대차그룹이) 충분히 대응 가능한 범위”라며 “미국 내 경쟁 상대가 일본 업체들만 있는 것도 아님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한국으로 수입될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한국 수입차 중 미국산 비중은 14.6%, 전체 자동차 중 비중이 2.7%”라며 미국산의 한국 내 경쟁력은 가격에만 좌우되지 않아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현대차그룹의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차량 선적가격은 평균판매가격(ASP)의 70% 수준으로 추정되기에 ASP로 환산하면 기존 관세율 우위 2.5%p 영향은 작아진다”며 “경쟁사 대비 견조한 이익체력에 기반한 대응전략으로 현대차그룹의 가격경쟁력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8월 1일 주식시장은 세제 개편 우려에 대거 급락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와 같은 증권사 분석에 힘입어 자동차 주가는 낙폭이 제한됐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4~5%대 추락하는 가운데서도 현대차는 -1.41%, 기아는 -1.47%로 비교적 선방했다.
정의선 회장, 미국 정부와 별도 협상 추진 가능성
한편, 현대차그룹과 미국 정부 사이의 추가적인 협상 여부는 앞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한미 무역협상 합의에서 현대차그룹이 직접 관련돼 있는 투자합의 등은 보이지 않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출국했고, 이에 앞서 폭스바겐은 EU와 미국의 무역협상 타결과 별개로 미국 정부와 자체협정을 맺어 관세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현대차그룹도 미국 정부와 별도의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