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미 관세 ‘0%→15%’…日 완성차 업체 대비 불리
현대차·기아, 현지 생산 70%로 관세 충격 최소화 시킬 듯
부품 현지화가 ‘관건’…원가 절감 및 차량 가격에서 승부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 지난해 10월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국토요타>

[인사이트코리아 = 김동수 기자] 한·미 관세협상 최대 쟁점이었던 자동차·부품 관세가 15%로 확정됐다. 그동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보장했던 ‘무관세’ 혜택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현대자동차·기아는 대미 수출에 중대한 기로에 섰다. 경우에 따라 이번 협정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한·미·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치열한 각축장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량은 ▲제너럴모터스(GM·약 269만대) ▲토요타(약 233만대) ▲포드(약 208만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포함·약 171만대) ▲혼다(약 142만대) 순으로 톱5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사상 최대 판매량인 170만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판매의 23.7%를 미국에서 거둬들였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4월 발효한 자동차 관세에 현대차·기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유다.

1 패: 수출車 관세 2.5%P 격차…“현대차·기아, 美서 日 차에 불리”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0일 저녁(현지시각)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협상 결과 미국은 한국 자동차 및 부품에 15% 관세를 결정했다.<기획재정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0일 저녁(현지시각)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통상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협상 결과 미국은 한국 자동차 및 부품에 15% 관세를 결정했다.<기획재정부>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면서 시장 구도는 새 국면을 맞았다. 미국 관점에서 현대차·기아와 토요타는 모두 수입차로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체감 격차는 다르다.

현대차·기아는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로 차량을 수출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관세가 15%까지 상승, 사실상 15%포인트(P) 부담이 늘어났다. 반면 일본은 기존 2.5%에서 12.5%P만 인상됐다. 예컨대 4만 달러 차량 기준 현대차·기아는 토요타보다 약 1000달러를 더 관세로 부담해야 한다.

물론 현대차·기아에 다른 선택지도 있다. 차값 인상 대신 관세 비용을 스스로 떠안는 방식이다. 이 경우 영업 하락은 불가피하다. 31일 한화증권에 따르면, 관세 15%로 연간 최대 6조원대(부품 관세 포함)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협상 결과가 현대차·기아가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한다. 관세 인상분만큼 현지 차량 가격을 올리거나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고 말한다. 결국 이 과정에서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 입장에선) 무관세에서 15%까지 올랐기 때문에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관세 인상분을 그대로 끌어안고 가기에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결국 5대 5로 6대 4로 가든 일부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매출이나 수익률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토요타보다 불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승: 현지 생산 비중 70% 확대…토요타 관세 효과 예봉 꺾는다

올해 3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현대자동차그룹>
올해 3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현대자동차그룹>

그렇다고 현대차·기아가 모든 측면에서 열세인 것은 아니다. ‘관세 충격 1라운드’에서 토요타에 다소 밀리는 형국이지만 현지 생산으로 2라운드에선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증권이 지난 2월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 비중은 42%로 집계됐다. 토요타(54%)는 물론 현지 5위 혼다(72%)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3월 조지아주(州)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 가동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대신증권은 HMGMA 가동으로 연간 30만대 생산능력이 추가되면 현지 생산 비중은 6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대차·기아는 HMGMA 생산능력을 5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경우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6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34만대)과 합산해 최대 120만대 생산 체제가 가능하다.

이 경우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현지 생산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나머지 50만대만 관세 부담을 지면 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토요타는 100만대 이상을 본국 및 제3국에서 수입해야 해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이 교수는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관세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며 “현대차·기아가 70%까지 확대하면 토요타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무승부: 승부처는 ‘부품 현지 조달’…원가 절감 ‘관건’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차량이 생산되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차량이 생산되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기아와 토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유불리를 달리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처는 ‘부품 현지화’다.

현시점에서 두 회사의 부품 현지 조달률은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현지 조달률은 48.6%이며 토요타는 53.7%다. 업계에서는 5.1%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부품 소싱 다변화 태스크포스팀(TFT)를 가동했다. 이를 통해 200개의 차량 부품 현지화를 추진한다.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의 부품 현지화율이 향후 관세 부담 완화와 가격 경쟁력 회복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전망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부품 현지화에 따라 생산 원가를 줄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생산 원가는 차량 가격에 포함될 뿐 아니라 회사가 인센티브를 얼마나 추가 지불할지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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