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잠재 인수 후보군에 롯데카드 회사소개서 배포
KB·하나·우리 등 금융지주사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
금융권 “지금은 롯데카드 매력도가 별로…”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롯데카드 매각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기존 3조원대였던 희망 몸값을 2조원대로 낮추며, 매각 성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최대주주인 MBK는 이달 초 잠재 인수 후보군 7~8곳에 회사소개서(티저레터)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 달 초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금산분리 정책에 따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때 MBK는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려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75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MBK는 특수목적법인(SPC) 자회사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통해 롯데카드 주식 4471만7000주(59.83%)를 갖고 있다. 이 외에 우리은행(1494만8013주)과 롯데쇼핑(1494만8010주)의 보유 지분율은 각각 20%다.
앞서 MBK는 2022년 8월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첫 매각을 시도했다. 당시 예비입찰에 하나금융지주와 KT 등이 참여했지만, 본입찰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3조원대에 달하는 높은 매각가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어 지난해 말 MBK는 UB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다시 매각을 준비해 오고 있다. 이번 매각에서는 희망가를 2조원대로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조정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인수 후보에 금융지주들 꼽지만…‘가격 낮아져도 매력 없다’ 평가도
시장에서는 유력한 인수 후보로 KB국민·우리·하나 등 금융지주사들을 꼽는다. 업계 중위권인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계열 신용카드사의 외형을 손쉽게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롯데카드의 국내외 개인 신용판매 이용금액 점유율은 11.2%로, 업계 5위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의 점유율은 15.3%로, 롯데카드와 단순 합산 시 26.5%에 달해 신한카드(22.8%)를 제치고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우리카드(7.2%), 하나카드(5.6%) 역시 롯데카드를 품을 경우 점유율이 약 16%를 넘어서며 중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특히 하나금융은 롯데카드가 처음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관심을 보여왔다. 2019년 당시 입찰에 참여했으나 MBK에 밀렸고, 2022년에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매각가에 대한 이견으로 중도 하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격이 낮아지면서 다시 유력한 원매자로 부상했다.
우리금융도 인수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한 2대 주주인 만큼, 인수 여부에 대한 우선검토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비금융사인 네이버·카카오 등도 원매자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롯데카드의 매각 성공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실적 부진과 건전성 악화로 인해 매각가를 2조원대로 하향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비중) 등 건전성 문제로 인해 인수 이후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합병을 하더라도 고용 승계와 임금 격차 해소, 정보기술(IT) 시스템 통합 등 후속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2조원대 가격도 높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 8000억원가량의 부동산 PF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기준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2.4% 감소한 143억원에 그쳤고, 연체율은 1.94%로 2%대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기 위해선 매각가가 2조원 아래로 더 내려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 업황이 좋지 않은 지금 같은 시기에 카드사를 인수해야 한다면, 1조5000억~1조7000억원 사이가 가장 현실적인 가격 수준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한편 롯데카드는 전체 회원 수 기준으로도 업계 중위권에 속한다. 지난 4월 기준 롯데카드의 회원 수는 957만명으로, 신한카드(1439만명), 삼성카드(1326만명), 현대카드(1276만명), KB국민카드(1260만명)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이 같은 회원 수도 실질적인 매력은 크지 않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여러 카드사의 카드를 함께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롯데카드를 인수한다 하더라도 중복 회원들이 있어 회원 수 규모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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