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카드사보다 네이버가 인수 시 업계 파급력 더 클 것”
네이버, 롯데카드 회사소개서는 받았지만…인수 검토는 “사실무근” 입장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재매각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네이버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돌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챗GPT>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재매각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네이버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돌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챗GPT>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신광렬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롯데카드 재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정보기술(IT) 기업 네이버가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돌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롯데카드를 지배하는 기업은 MBK다. 특수목적법인(SPC) 자회사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통해 롯데카드 주식 4471만7000주(59.83%)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우리은행(1494만8013주)과 롯데쇼핑(1494만8010주)의 지분율은 각각 20%다.

앞서 MBK는 지난 2022년 8월 롯데카드 매각을 처음 시도했지만, 본입찰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3조원대에 달하는 높은 매각가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후 지난해 말 UB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다시 매각에 나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UBS는 이달 초 잠재 인수 후보군 7~8곳에 롯데카드 회사소개서(티저레터)를 배포했다. 티저레터를 받은 곳은 주요 금융지주사를 비롯한 금융사, PEF 운용사, 빅테크 기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롯데카드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우리·하나금융지주를 거론했다. 카드업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우리·하나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손쉽게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분석이었다.

하지만 금융지주들은 대체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실적 부진과 건전성 악화 우려가 있는 매물을 굳이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롯데카드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4% 급감했으며, 연체율은 1.94%로 2%에 육박했다.

네이버, 롯데카드 인수 현실화되면 무슨 일이?

이런 가운데 네이버가 롯데카드 티저레터를 수령하고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온 것이다. 카드업계는 카드사가 아닌 빅테크 네이버가 롯데카드를 품을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롯데카드를 실제 인수할 경우, 카드업계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우선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19년 11월 네이버가 네이버페이 서비스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다. 지금까지는 직접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대신 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 오고 있다.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이 회사는 자연스럽게 여신전문금융업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부 카드사와 협업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출시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직접 카드상품을 기획하고 개발·운영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가 자체 카드사를 갖게 되면 현재 제휴 구조가 무의미해지고, 모든 혜택이 자사 상품에 몰릴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더 좋은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객 유출과 실적 악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내다봤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네이버쇼핑과의 시너지도 낼 수 있다. 예컨대 네이버가 ‘네이버쇼핑 전용 신용카드’를 출시해 결제 시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 혜택을 집중 제공하는 식이다. 이 경우 네이버는 커머스 부문 매출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네이버는 인수 여력이 충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네이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합계는 약 4조7211억원이다. 여기에 현금화가 쉬운 단기금융상품(2조7691억원)을 포함하면 실질 현금성 자산 규모는 7조4902억원에 이른다.

한편 네이버 측은 롯데카드 인수설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에 “롯데카드 티저레터를 수령한 건 맞다”면서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매각 흥행을 노린 MBK의 연출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인수 의사는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카드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매각 측이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사이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