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지난해 12월 인수...상선 일감 집중·선박법 혜택
美 조선업 쇠퇴, 中 견제 등 선택지 한국으로 좁혀져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한화그룹은 재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접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 중 한 명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과 40년 이상 교류해 왔다. 2017년 트럼프 1기 대통령 취임식 당시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지난달 2기 취임식에는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초청받아 마이크 왈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안보 책임자들과 만나 한화의 방산 역량을 홍보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 대선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가장 수혜를 입을 국내 기업으로 한화가 첫 손에 꼽혔고 올해 들어 한화그룹주가 모두 급등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기대는 현실이 됐다. 특히 한화오션은 선박법 재발의,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수주 등의 기대감으로 같은 기간 주가가 100% 이상 올랐다.
美 현지 조선소 보유...상선 일감 집중될 듯
지난해 12월 마크 켈리 민주당 상원의원 등 주도로 발의된 선박법(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은 현재 미국으로 수입되는 재화의 2%만 담당하는 80척 규모의 미국 상선을 10년 내 250척으로 늘리기 위해 미국 내 조선소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록 법안은 의회 종료로 폐기됐지만 빠른 시일내 재발의할 예정이다.
켈리 의원은 지난 18일 필리조선소를 찾아 근무 현황을 청취하고 미국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선박법을 의회에 재발의 하기 전 현장 실사 차원에서 필리조선소를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법이 통과될 경우 조선 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중 유일하게 미국 현지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오션에 일감이 집중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조선업 쇠퇴로 인해 자국의 역량 만으로 상선 건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 견제 의사를 명백히 밝힌 상황이기에 한국과 세계 1위를 다투는 중국은 애초에 경쟁 상대에서 제외된 상태다.
결국 미국의 조선업 파트너 국가는 한국으로 좁혀졌고 필리조선소 등 제반 여건이 가장 우수한 한화오션이 선두주자로 올라설 확률이 높아졌다.
필리조선소의 역사는 미국의 가장 오래된 해군 조선소인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PNSY)에서 시작됐다. PNSY는 1776년 미국 독립전쟁 시기에 설립됐으며 미국 해군의 주요 조선소로 운영됐다. 19세기와 20세기 동안 미국 해군의 군함 건조와 수리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도 활발하게 가동되며 다양한 전함과 잠수함을 생산했다. 냉전 시기 역시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중요한 시설로 유지됐다. 1995년 미국 정부의 군사 기지 구조 조정 프로그램(BRAC)의 일환으로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가 폐쇄된 이후 조선소 일부 부지에 1997년 미국 연방 정부, 필라델피아 주정부, 필라델피아시 및 노르웨이 조선 등이 협력해 필리조선소를 설립했다.
2005년 노르웨이의 석유, 가스, 재생에너지 전문 기업 아커사가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고 지난해 19년 만에 한화오션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했다. 현지 대형 상선의 50%를 공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다목적 훈련함(NSVM) 건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MRO 역량도 갖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 조선업 부흥의 발판으로 한국 조선업계를 선택했다“며 “필리조선소를 통해 현지에서 상선 건조, 함정 MRO를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한화오션은 향후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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