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팔란티어 대표 만나 AI 조선 프로젝트 협의
김동관,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사외이사 임기 연장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재계 절친이자 숙명의 라이벌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해양 패권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조선업 재건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 미 해군은 지난해 기준 295척인 군함을 2054년 390척으로 늘릴 계획으로 구매 비용만 1조750억 달러(약 1562조원)에 달한다. 향후 30년간 16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조선업 쇠퇴로 인해 자국의 역량 만으로 군함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한국에 조선업 협력을 요청했고 미 의회는 동맹 군함 건조 허용법까지 발의하는 등 해당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MRO에선 한화오션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잇따라 수주를 따내며 한발 앞서 있는 가운데 정 수석부회장은 군함 건조에서만큼은 밀릴 수 없다는 듯 미국을 찾아 정·재계 인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정기선, 트럼프에게 어필?...팔란티어·해군사관학교 연이어 방문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대표와 워싱턴 D.C. 팔란티어 사무실에서 만나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조선소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방산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팔란티어는 AI와 드론을 활용하는 신흥 방산 기업으로 미국 국방부, 해군, 육군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수많은 미국 기업 가운데 팔란티어를 찾은 또 다른 이유는 피터 틸 팔란티어 창업자가 대표적인 친(親) 트럼프 기업인이란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틸 창업자는 2016년 트럼프 1기 정부 출범 전 대선 기간에 친 민주당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에서 거의 유일하게 트럼프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인물이다. 지난해 대선 기간엔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J.D. 밴스 부통령을 처음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다음 일정으로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있는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찾아 이벳 M. 데이비스 해국사관학교 교장(해군 중장)과 사마라 파이어보 교무처장 등 학교 관계자들을 만났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생도들과의 환담에서 “대한민국은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조선·해양 분야 혁신의 원동력으로 함께 할 것”이라며 “한미 동맹은 희생으로 맺어져 수십 년 동안 강화돼 왔고 단순한 군사적 파트너십을 넘어 글로벌 안보의 한 축이 됐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찾은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 군사 아카데미를 졸업한 트럼프 대통령은 사관학교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창 시절 사고뭉치로 부친 프레드 트럼프의 속을 썩인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군사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새사람이 됐다는 일화는 미국 내에서 널리 알려진 일화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 같은 의미 있는 장소에서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동관, 트럼프 취임식 참석...최측근 사외이사 임기 연장
김 부회장도 정 수석부회장 못지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안보 책임자들과 만나 한화의 방산 역량을 홍보하는 기회를 가졌다.
오는 26일에는 주주총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중 한 명인 에드윈 퓰너 미국 해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에 대한 사외이사 임기를 2년 연장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퓰너 회장은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인 헤리티지 재단의 공동 설립자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에서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부회장의 아버지 김승연 회장과는 1980년대부터 교류한 40년 지기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적인 정치인과 달리 자신의 입맛에 맞게 움직여주는 기업 혹은 사람에게 혜택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 수석부회장, 김 부회장 모두 그 점을 캐치하고 선제적으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