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한화시스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손 대표, 2022년부터 유럽 중심 수출 확대 주도
올해 전망 더욱 밝아…수출국 다변화 등 호재 多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폴란드 국방부>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한화그룹 방산 사업 ‘투톱‘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와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손재일 대표 취임 이후 본격화한 글로벌 사업 성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성기 맞은 한화그룹 방산 사업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국내 방산업계 최초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매출은 11조2462억원으로 2023년 대비 4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90% 늘어난 1조724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수출이 내수를 넘어서며 글로벌 기업 도약에 성장했다. 

한화에어로,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 3사에 무기 체계를 공급하고 있는 한화시스템 역시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2조8037억원으로 2023년 대비 14.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193억원으로 788.9% 늘었다.

UAE 천궁-II 다기능 레이다(MFR)와 폴란드 K2 사격통제시스템 수출, 군의 핵심 통신 시스템인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4차 양산, 차세대 군용 무전기 TMMR 2차 양산 등 대형 사업들이 매출을 끌어 올렸다.

올해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전투기(KF-21) AESA레이다 최초 양산, 기존 UAE 및 사우디아라비아 천궁-II 다기능 레이다(MFR) 수출 등을 바탕으로 실적을 보다 견고히 다져나갈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재일 대표 ‘글로벌 전략‘ 通했다 

양사의 급격한 성장 뒤에는 손 대표의 글로벌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1990년 한국화약(현 한화)에 입사한 이래 주로 방산계열사 요직을 거치며 전문성을 쌓은 손 대표는 2022년 한화에어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8월 한화에어로 인적분할로 한화시스템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K9 자주포와 다연장 로켓포 천무의 수출 확대를 주도했다. 2020년까지 지상 방산 부문 전체 수주잔고 중 10% 미만이었던 해외 비중은 지난해 말 70%까지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 노르웨이가 K9, 천무 등을 잇따라 도입한 영향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동맹국들을 상대로 ‘방위비 전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럽 수출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북유럽 국가 중 한 곳은 한화에어로를 방문해 기술수준을 확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는 동유럽 폴란드, 북유럽 노르웨이를 유럽 전초기지로 삼아 더욱 다양한 유럽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손 대표는 올해 수출국 다변화와 트럼프 2.0 시대 개막 등 호재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퀀텀점프를 기대하고 있다. 첫 번째 타깃은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한국과의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협력을 시사하는 등 국내 방산업계에 큰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한 달여 앞두고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르도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영입하며 손 대표에게 든든한 지원군을 안겼다.

쿨터 대표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수석부차관보 등을 지낸 공화당통으로 손꼽힌다. 현재 미 육군이 자국산 M109 팔라딘 자주포를 대체할 ‘자주포 현대화’ 사업 후보군에 K9 자주포를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이 쿨터 대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집트, 베트남 등 그동안 방산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던 국가들과도 접점을 높이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12일 이집트에 수출하는 K9에 탑재할 1000마력짜리 한국산 디젤엔진의 현지 테스트를 완료했다. 이번에 통과한 엔진은 국내 협력사인 STX엔진이 개발한 것으로 한화에어로가 K9에 탑재해 이집트 당국의 시험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올해 하반기부터 이집트 현지에서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베트남에도 K9 수출 길이 열렸다. 한화에어로는 지난달부터 베트남 정부와 K9 자주포 도입 시점 등 세부 조건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국내 방산업체의 첫 공산권 국가 수출 사례가 된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폴란드, 이집트 등 주요 계약에서 발생하는 추가 수출 물량이 올해 긍정적인 실적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향후 5년 내 방산 부문은 국내외 수주 확대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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