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블랙호크 개량사업 수주전, 9613억 규모
원제작사와 한 팀 꾸리는 등 다소 유리한 고지 선점
강 사장, 임기 막바지 첫 대형 수주 따낼 수 있는 기회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KAI>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KAI>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의 임기가 오는 9월 5일 만료되는 가운데 블랙호크 개량 사업 수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 사장은 당초 연임이 유력했지만 임명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사실상 한 번의 임기로 사장직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커졌다. 

KAI는 정부 지분율이 35%를 웃도는 사실상 준정부기관과 다름없는 데다 방산업계 특성상 정부의 정책 방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정파에 관계없이 수장 자리가 바뀌곤 했다. 

공군 출신 예비역 장성으로서 2022년 9월 취임 이후  KAI를 이끌어온 강 사장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처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강 사장에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대한항공과 ‘블랙호크(UH/HH-60)’ 헬기 개량 사업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UH-60.<방위사업청>
대한민국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UH-60.<방위사업청>

KAI vs 대한항공...블랙호크 개량 사업 한판 승부

11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지난달 26일 방위사업청에 블랙호크 헬기 개량 사업에 대한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1990년대에 도입돼 노후화된 블랙호크 36대의 기체 구조를 개량하고 항공전자 시스템을 디지털화는 사업으로 총 9613억원이 투입된다. 방사청은 제안서 실사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29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블랙호크는 공중 전투에서부터 병력 수송 등 여러 작전에 투입되는 우리 군의 핵심 전력이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사태 당시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무장 병력이 이 헬기를 타고 국회 경내에 진입해 주목받기도 했다. 

군에서는 미국 시콜스키로부터 블랙호크를 도입해 현재 총 144대를 운용 중이다. 이 가운데 육군 특수작전용과 공군 전투탐색구조용에 쓰이는 일부 물량부터 우선적으로 성능개량에 들어간다.

업계 일각에선 KAI가 다소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KAI는 원제작사 시콜스키와 한 팀을 꾸려 입찰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사청이 원제작사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향후 사업 수행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KAI는 시콜스키 외에도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빗, 한화시스템과도 협력을 맺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콜린스, LIG넥스원 등과 손을 잡았다. 

국내 첫 국산 헬기 ‘수리온’을 제작, 이라크에 수출한 경험 역시 KAI의 강점으로 꼽힌다.

KAI는 2006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 등과 국산 헬기 개발을 시작해 2010년 처음으로 국산 헬기를 생산했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이라크 정부와 수리온 수출 사업 관련 판매·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헬기 수출로는 최초 사례다. 이 과정에서 기체가 설계에 따라 제작됐는지를 확인하는 감항인증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평가다.

임기 막바지 첫 대형 수주 따낼 수 있는 기회

강 사장이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할 경우 그간 매출을 이끌 대형 수주를 따내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 KAI 수주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새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리온 이라크 수출은 의미는 남달랐지만 조 단위의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키고 있는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계약 금액(1358억원)에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KAI 관계자는 “이번 블랙호크 개량 사업은 단순 부품 교체가 아닌 고도의 체계 개발 프로젝트”라며 “KAI는 수리온 개발을 통해 쌓은 경험과 원제작사 시콜스키와 협력할 수 있는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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