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20조원 美 해군 MRO 선점 기대
방산업계, 트럼프 ‘방위비 전쟁‘ 수혜 입을 듯
철강업계, 관세 우려에 탄소세까지 ‘이중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전야 집회에서 춤을 추고 있다.<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전야 집회에서 춤을 추고 있다.<뉴시스>

본격적인 2기 트럼프 시대가 다가왔다. 미국은 1월 20일(현지시각) 제 47대 대통령 취임식을 가진다. 이를 기점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두 번째 집권이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의 상징이다. 그의 한 마디는 글로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위력을 지닌다. 전 세계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트럼프 시대를 맞아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달라질 자동차, 철강, 반도체, 증권 등 국내 산업 전반의 변화에 대해 들여다본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트럼프 2.0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선·방산·철강 등 국내 ‘중후장대(重厚長大)’ 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조선·방산업계는 각각 트럼프 당선인의 직접 언급, 우호적인 대내외적 환경 등 영향으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반면 철강업계는 관세 폭탄, 탄소세 도입 우려로 분위기가 축 처져있다.

트럼프 취임 기다리는 조선업계, 20조원 MRO 선점 기대

조선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장 수혜를 볼 산업군으로 손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직후 두 차례나 한국 조선업과 협력을 강조한 탓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지난 6일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조선업 재건을 강조하며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선업 중에서도 특히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에서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의 MRO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상당하지만 미국은 조선업 쇠퇴로 해당 수요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은 우방국인 한국에서 비교적 싼값에 안정적으로 MRO를 확보하길 원하고 있다. 

이에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이 지난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번갈아 찾으며 MRO 사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국내 MRO 최강자 한화오션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연이어 수주를 따내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4만톤 규모의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호 MRO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같은해 11월 미 해군 급유함인 유콘함 MRO 사업까지 꿰찼다. 올해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프로사무소에서 발주한 MRO 2건을 모두 쓸어 담았다.

최근 HD현대중공업도 올해 6월 말부터 미 해군 지원함 MRO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MRO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인증인 함정 정비 협약(MSRA)를 국내 최초로 체결했지만 특수선 도크가 풀가동되며 실제 사업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미 해군과 관련된 MRO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문에 희망을 걸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對中) 견제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과 한국으로 양분된 해양플랜트 물량이 한국에 집중되면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1위 이력을 보유 중인 삼성중공업이 수혜를 입을 확률이 상당하다. 

트럼프 동맹국 상대 ‘방위비 전쟁‘ 예고, 방산업계 ‘미소‘

방산업계도 트럼프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동맹국들을 상대로 ‘방위비 전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미국의 나토 탈퇴 또는 방위비 인상이 현실화되면 방산업계 해외 수출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방산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를 2조9213억원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토 등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나토는 트럼프 요구를 받아들여 방위비를 2%에서 3%로 증액할 것을 검토하고 있어 방산업계 추가 수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방위비를 늘리면 군사력 증강을 위해 무기와 장비 수요가 증가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 중 6개국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를 도입하는 등 이미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 역시 긍정적인 신호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 요구, 미국 우선주의로 대외 분쟁 불개입 등의 기조가 강해질 것”이라며 “이런 요소들이 안보 불안과 불확실성을 높이고 국제적인 자주국방 강화 기류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올해 국내 방산 업체들의 경우 안정적인 내수 수요와 수출 확대에 힘입어 과거 대비 개선된 영업 실적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철강업계 분위기 ‘최악‘, 관세 우려에 탄소세까지 ‘이중고‘

철강업계 분위기는 좋지 않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며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 트럼프 당선인의 비우호적인 정책까지 겹칠 경우 올해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관세 대신 자발적으로 수출 물량을 줄이는 ‘쿼터 부과국’으로 분류됐다. 2015~2017년 연평균 철강 수출량의 약 70%를 최대 물량(쿼터)으로 적용받았다. 약 263만톤의 철강 수출에 대해서만 무관세가 적용된다.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32조 재산정을 통해 쿼터 축소와 관세 부과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2기 첫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스콧 베센트 지명자는 지난 16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관세 정책에 탄소세를 포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탄소세는 제품 생산·사용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대미 철강 수출이 쿼터 적용으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탄소세까지 부과된다면 철강 제품 가격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철강업계는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이 미국에 약 10조300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관세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고로 대신 전기로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져 탄소세 부담도 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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