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수주 갈등 여진 계획...업계 “계속 부딪칠 가능성 높아”
‘차기 총수’ 정기선·김동관, 대를 이어 절친...관계 서먹해질 수도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3년 한 행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3년 한 행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 등 수주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결국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을 고발했다. 

논란이 일자 최근 ‘한국 조선산업 발전’이라는 대의 명분 차원에서 고발 취소장도 제출했다. 하지만 또다시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불법 활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향후 굵직굵직한 수주전이 계속될 예정이라 재계에서 ‘절친’ 관계로 알려져 있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이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 vs 한화오션, KDDX 수주 놓고 갈등

한화오션은 지난 11월 2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찾아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했던 경찰 고발을 전격 취소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KDDX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돼 있다며 한화가 국수본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2015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몰래 빼낸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KDDX는 2030년까지 해군의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 만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앞서 두 회사는 KDDX 관련 사업을 하나씩 따냈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주했다. 양사는 그동안 기본설계 개념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진행한 기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맡아온 그동안의 전례를 따라 수의계약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누설에 따른 실형 판결을 근거로 들며 HD현대중공업이 법적 리스크를 갖고 있는 만큼 수의계약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화오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전 세계가 우리 조선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판단, 전격적으로 HD현대중공업에 손을 내밀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세계가 대한민국 조선업을 주목하는 가운데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선 고발 취소를 통해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게 현 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발 취소 배경에는 정 수석부회장과 김 부회장 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재계에서 유명한 절친이다. 1982년생인 정 수석부회장은 대일외고,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쳤다. 1983년생 김 부회장은 미국 명문 사립고교인 세인트폴을 거쳐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두 사람 모두 겸손한 성격으로 오너 3세라는 티를 잘 내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부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서울 장충초 동창으로 학창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왔다. 

2016년 김 회장 모친상을 찾은 정 수석부회장이 취재진에게 “동관이가 친구라서 오게 됐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 부회장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열린 정 수석부회장 결혼식에 참석하며 의리를 과시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HD현대중공업>

‘절친’ 정기선·김동관 사이 멀어지나

하지만 일각에선 잠수함 등 향후 주요 프로젝트마다 벌어질 양측 간 공방과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두 사람 사이가 점점 멀어질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실제 고발을 취소한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KDDX 개념설계 자료 원본 불법 보관과 관련해 양측은 다시 충돌하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군방첩사령부는 최근 한화오션이 KDDX 개념설계 자료를 승인 없이 보관하고 이를 기본설계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어성철 한화오션 사장은 지난 17일 열린 국내 주요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원본 보관과 활용은 모두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법적 검토를 모두 마친 사안인 만큼 오해는 곧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원호 HD현대중공업 대표는 “원칙과 절차 따라서 하면 잘 되지 않겠나“라며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KDDX와 관련된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그 여파는 내년 예정된 8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폴란드·필리핀 3개국 잠수함 사업 수주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는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걸린 수주전에서 계속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 수석부회장과 김 부회장이 아무리 절친이라도 갈등이 쌓이다 보면 사이가 멀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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