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여성 인력 2배 확대’ 노리는 HD현대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Work-life balance’의 준말이다. 과거 일하는 여성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에 한정되어 사용되다, 최근들어서는 남녀, 기혼과 미혼을 불문하고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됐다.
국내 기업들도 발빠르게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워라밸 제고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근무시간 제약을 앲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를 넘어, 일하는 공간까지도 개인의 자율에 맡기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재택근무나 워케이션(Workation)이 대표 사례다.
국가적 문제로 급부상한 ‘초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기업 차원에서 파격적인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고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인사이트코리아>가 ‘재계 가족친화 경영 우수 사례’를 소개한다.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2021년 9.6%였던 HD현대의 여성 채용 비율은 올해 16.8%로 늘었지만, 전체 고용은 여전히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룹 임직원 3만5000여 명 중 여성은 7% 수준입니다. 조선·건설기계 등 육체노동 남성 현장 직군이 많은 산업 특성 탓이죠. HD현대에는 장기근속 여성 임직원도 지난해 말 기준 3명(전체 임원 412명)으로 적은 편입니다.
이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여성 채용을 확대하고 여성 직책자를 늘리기 위해 여성 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습니다. 여성 채용 비율을 2030년까지 현재(16.8%)의 약 2배 수준인 30%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한 직책자 육성 프로그램에 여성 직원 정원을 확대하고 사외 전문가 지도도 시행한다고 밝혔죠.
이는 산업 특성상 여성 임직원 비율이 낮은 조선, 건설기계 등 핵심 계열사들의 여성 인력 비율을 확대해 조직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등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돕고 사회적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출산·육아 지원 강화 추세에는 두 아이의 아빠인 정 부회장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라고 보고, HD현대가 지향하는 ‘일하고 싶은 회사’도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에서 출발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조직의 다양성 제고와 일-가정 양립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라며 “적극적인 여성 인력 육성과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통해 일하고 싶은 회사,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업계에 부는 女風…일‧가정 양립 지원정책 편다
대표적으로 HD현대는 법정 육아휴직와는 별개로 만 6세 이상 8세 이하 자녀를 위한 최대 6개월의 ‘자녀돌봄휴직’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가족이 질병, 사고, 양육으로 돌봄이 필요할 경우 휴직‧휴가를 연간 최대 90일 쓸 수 있는 제도입니다.
사실 이 제도는 정 부회장이 직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것입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사내어린이집에서 자녀를 등원시키는 여성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에 워킹맘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에 공감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직접 챙겼습니다.

HD현대는 여성 임직원이 임신·출산을 할 때마다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의 축하금도 줍니다. 임신 초기와 말기엔 근로시간 단축에 더해 재택근무를 권유하고 현재 법정 출산휴가인 90일 외에 별도로 1개월의 특별 출산휴가를, 법정 난임 휴가 3일에 2일을 추가해 총 5일의 휴가를 부여합니다. 하루 2시간 근로시간 단축, 유‧사산 시 임신 주별 휴가 부여도 HD현대가 제공하는 배려죠.
“나도 두 아이의 아빠”...정기선 철학 담긴 ‘드림보트’
육아를 위한 지원도 빵빵합니다. HD현대는 지난해 1월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인 자녀의 3년간 유치원 교육비(1인당 총 1800만원)를 대줍니다. 지난해 3월에는 경기 성남에 있는 GRC(글로벌 R&D 센터)에 학부모 참여형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를 설립해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개원식 당시 정 부회장은 “나도 두 아이의 아빠로, 일과 육아 병행의 고통을 잘 안다”며 “이 공간이 저출산과 경력단절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정 부회장은 자신이 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사업장 못지않게 수시로 어린이집을 들여다보며 직접 출산과 육아 정책들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회사 측은 상황에 따라 야근을 하는 임직원들을 배려해 이곳의 운영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했습니다.
현재 총 250명(▲만 0세(24명) ▲만 1세(42명) ▲만 2세(42명) ▲만 3세(40명) ▲만 4세(40명) ▲만 5세(27명))이 드림보트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 중 만 0세반 정원은 전체 정원의 약 11%를 차지합니다. 타사 어린이집의 경우 비용 또는 안전사고 이슈로 만0세반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네요. 또한 영유아 통합 보육시설이라 수용 가능인원은 300명이나, 교사당 원아 비율을 법적 기준보다 완화해 250명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드림보트의 차별점은 지역사회기관(한국잡월드)와 연계해 텃밭과 야외놀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빌딩 숲에 있는 직장어린이집보다 놀이 및 학습환경에서 장점을 보유한 것이죠. 또한 원어민 영어교사가 오전 시간 상주를 한다고 하네요.
드림보트는 2개 층에 걸쳐 14개 보육실과 6개의 놀이공간으로 구성돼있는데요, 만 0세부터 5세까지 임직원 자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1일 4끼(3식+오후 간식)를 제공해 드림보트 신청 경쟁률은 2.4 대 1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드림보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방문할 정도로 저출산 해결책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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