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의 ‘신상필벌’로 기용된 새 참모진 3인
그룹 새로운 ‘금고지기’ JP모건 출신 제이슨 황
이커머스 수익성 개선 과제 안은 정형권·최훈학 대표

재계 총수들의 ‘믿을맨’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총수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총수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몸을 던져 보좌한다. 재계에서는 이들을 그룹 실세, 총수의 측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총수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그룹 내에서 직책보다는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총수의 참모들’을 연재한다.

 ‘정용진식’ 인사 실험으로 기용된 제이슨 황(왼쪽)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  정형권 지마켓 대표.<신세계그룹>
‘정용진식’ 인사 실험으로 기용된 제이슨 황(왼쪽)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  정형권 지마켓 대표.<신세계그룹>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경영 방침 대표 키워드는 수익성과 효율성이다. 정용진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기본 명제를 다시 한번 바로 세우자”고 강조했다.

그가 지난 3월 18년 만에 회장 취임 후 강도 높은 수시 인사와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등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수익성을 올리기 위함이다. 이마트 매출은 지난해 29조4722억원으로 쿠팡에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내주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창립이래로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신상필벌’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뒤 ‘정용진식’ 인사 실험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G마켓 새 수장에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바바의 한국 총괄 출신을 발탁해 자리를 맡겼고 그룹 재무관리 총괄직인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으로는 글로벌 투자은행 JP 모건 출신을 선임했다. 그 대신 2인자까지는 아니지만 ‘정용진의 남자’라 불린 강희석 전 이마트·쓱(SSG) 대표를 비롯해 전문경영인 4명이 짐을 쌌다.

예민한 그룹의 안살림이나 재무 업무는 대부분 내부 승진한 인물들이 해왔다는 점에서 외부 전문가에게 이를 맡긴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IB전문가' 제이슨 황, 그룹 재무관리 총괄

18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7월 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부사장) 자리에 JP모건 출신의 IB전문가 제이슨 황을 영입했다. 전임자인 허병훈 부사장이 지난 4월 신세계건설 대표로 자리를 옮긴 데 따른 후속 인사다.

1970년생인 제임슨 황은 JP모건과 씨티그룹 아시아마켓 본부장을 역임한 IB(투자은행) 전문가다. 자본시장 경력만 20년 이상으로, 기업 가치와 지배구조 관리를 포함한 기업금융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슨 황 부사장이 맡게 된 경영총괄은 그룹 재무 관리를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수익성 강화라는 책임감이 동반된다.

경영전략실에 변화를 줘 그룹 재무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이번 인사가 진행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룹의 변화는 지난해 9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미 시작됐다. 정 회장은 당시 사장단 인사에서 경영전략실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예고했다.

경영전략실은 정 회장은 보좌하는 참모조직으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또 이곳은 신세계그룹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부터 직접 전략회의에 참석하며 힘을 싣고 있다.

쿠팡 잡아라...'해결사'로 지명된 정형권·최훈학

올해 6월 교체된 G마켓(이하 지마켓)과 SSG닷컴(이하 쓱닷컴)의 새로운 대표이사도 ‘정용진 식 경영방침’을 엿보게 하는 인사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두곳은 55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들이 고전한 가장 큰 이유는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의 급성장이다. 이에 정 회장은 취임 후 이커머스 부문 얼굴에 변화를 주고 있다.

먼저 지마켓 새 수장으로 발탁된 정형권 대표는 알리바바그룹 출신의 이커머스 재무 전문가다. 지마켓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1967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321억원으로 전년 654억원에서 절반 이상 줄였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4억원 줄어든 85억원을 기록했다.

정 대표가 정 회장으로부터 받은 임무는 단연 ‘수익성 개선’이다. 그는 셀러 모집에 힘쓰는 동시에 고객 신뢰감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전부터 지마켓은 꾸준히 셀러 육성에 집중해 왔는데, 오픈마켓 특성상 셀러의 규모 및 경쟁력이 곧 회사의 매출로 직결되는 이유에서다.

정 대표는 출근 첫날 사내 메신저를 통해 “나날이 치열해지고 급변하는 이커머스 격동의 시기 G마켓의 혁신과 재도약이라는 사명을 갖고 이 자리를 맡게 돼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여러분과 G마켓의 비약적인 발전과 쇄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최훈학 대표 취임과 함께 쓱닷컴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쓱닷컴>
최훈학 대표 취임과 함께 쓱닷컴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쓱닷컴>

취임 한 달도 안돼 쿠팡을 겨냥한 듯한 멤버십을 출시한 최훈학 쓱닷컴 대표의 광폭 행보도 눈길을 끈다. 최 대표는 이마트와 백화점을 두루 꿰고 있는 신세계 전문가이자 마케팅·영업 분야 ‘통’으로 불린다. 2000년 신세계 입사 후 이마트 마케팅팀장, 담당을 거쳐 쓱닷컴 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쓱닷컴은 법인 설립 이후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최 대표는 ‘더 이상 다른 플랫폼에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그로서리 특화 멤버십인 ‘쓱배송 클럽’을 선보이고 주요 혜택으로 무료배송 기준 완화를 내세웠다.

컬리, 쿠팡과 비교해 쓱닷컴 무료배송 기준이 가장 낮다. 컬리는 1일부터 컬리멤버스 고객을 대상으로 2만원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무료배송 쿠폰을 매달 31장씩 지급하고 있다. 쿠팡은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회원이 로켓프레시 상품을 1만5000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 혜택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이들과 달리 쓱배송클럽 회원들은 쓱배송과 새벽배송에서 사용가능한 무료배송 쿠폰 3장을 받는다. 최저주문금액은 1만4900원이다.

최 대표가 지난 6월19일 쓱닷컴 신임 대표가 됐을 때 업계는 수익성 개선은 물론 마케팅과 영업 전략에서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시나리오는 그대로 적중했다. 최 대표는 취임 후 보름 만에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이라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는 조직을 슬림화하며 효율을 꾀하고 수익성 개선에 힘쓰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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