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내세운 기치로 미래에 등장할 모든 이동수단을 연결해 인류에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정 회장은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신재원 현대차 AAM(미래항공 모빌리티)본부장 사장, 송창현 현대차 AVP(차세대자동차플랫폼)본부장 사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이 조력자들로 활약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 밑돌까는 신재원
첨단 항공 모빌리티(AAM) 분야의 신재원 사장,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은 송창현 사장은 정 회장이 삼고초려해서 영업한 인재다.
1959년생인 신재원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는 인물이다. 미래항공 모빌리티사업을 이끌며 국내 도심항공 모빌리티 산업의 밑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글렌리서치센터 항공연구본부 본부장, 워싱턴본부 항공연구총괄본부 부본부장을 거쳐 동양인 최초로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을 맡은 항공전문가다. 2019년 현대차그룹에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사업부장 부사장으로 합류한 뒤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2년 UAM사업부가 AAM본부로 격상되면서 AAM본부장으로 직책이 바뀌었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세운 도심항공 모빌리티 독립법인 슈퍼널의 최고경영자(CEO)도 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초 UAM(도심항공 모빌리티)과 RAM(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을 아우르는 AAM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맞춰 친환경 항공 모빌리티 기체도 개발하고 있다. 신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새로운 UAM 기체 ‘S-A2’를 공개하고, 2028년을 상용화 목표로 제시하며 정의선 회장이 그릴 미래 모빌리티 유니버스에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정의선의 SDV 체질개선 적임자 송창현
송창현 사장(1968년생)은 자동차 업계보다 IT업계에 몸담은 기간이 더 긴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 경영인이다.
그는 1987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아이오와주립대와 퍼듀대 대학원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컴퓨터 공학도다. HP,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 일하다 2008년 네이버에 합류했다. 네이버 CTO(최고기술책임자), 네이버랩스 대표에 올라 AI(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지난 2016년경부터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맡으며 자동차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내비게이션, 음악, 음성서비스 등을 연결시켜주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랫폼을 내놨다. 이 때문에 “IT기업보다 더 IT기업답게 변신하겠다”는 정 회장 체질개선 선언을 실행할 적임자로 꼽힌다.
2019년 1월 송 사장이 네이버를 떠나고, 정 회장은 직접 송 사장과 만나 협력을 논의하고 그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그리고 2021년 송 사장이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정 회장은 소프트웨어(SW) 분야의 전권을 쥐어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정 회장은 조직 내 소프트웨어 역량을 신설조직인 AVP본부로 이동시키고 AVP본부장에 송 사장을 앉혔다.
송 사장 역시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조직 전반에 SDV 전략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올해 CES에서 송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개선되는 AI 머신’으로 규정하고 ‘빅데이터 루프’라는 지속적인 머신러닝 인프라를 SD와 차량 데이터 플랫폼에 통합하고 있다”면서 “차량이 소프트웨어와 AI를 통해 발전하면 복잡한 작업을 스스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 이전에 없던 상당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지배력 생태계 구축 '선봉장' 장재훈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출신인 장재훈 사장은 2011년 뒤늦게 현대차그룹에 합류했지만, 그룹 내에서 ‘정의선의 복심’으로 통할 정도로 신임을 얻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에서 시작해 현대차로 옮겨 인사, 재무, 마케팅, 영업 등 요직을 거치는 동안 두루 성과를 냈다. 특히 2016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성장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제네시스 사업본부장으로 일할 때 G80(중대형 세단)과 GV80(대형 SUV)을 연달아 내놨고, 전기차 모델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장 사장은 최근 수소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 그는 현대차 수소 조직의 통합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산 품질을 높인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장 사장은 수소연료전지사업 관련한 설비, 자산, R&D, 인력 등 기술력과 자원을 한곳으로 모아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달 9일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사업 인수를 완료했다. 연구개발(R&D)본부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 내에 수소연료전지 공정품질실을 신설하고 제조 기술과 양산품질을 담당하는 조직을 편제해 전반적인 구조 개편을 시행했다.
지난 6월 중순에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에 선임돼 현대차 수소 경쟁력에 힘을 보태게 됐다.
장 사장은 “사명감을 가지고 수소사업에 임하고 있다”며 “수소 생태계 리더십 확보를 위한 그룹사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기술개발, 상용차 확대를 지속 추진해 수소사업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