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개국공신' 노진서 LX홀딩스 사장
'만능 해결사' 한명호 LX하우시스 사장
'삼성맨 출신' 구원투수 이윤태 LX세미콘 사장

재계 총수들의 ‘믿을맨’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총수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총수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몸을 던져 보좌한다. 재계에서는 이들을 그룹 실세, 총수의 측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총수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그룹 내에서 직책보다는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총수의 참모들’을 연재한다.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LX그룹은 올해 출범 4년차를 맞아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구본준 회장은 'LX 시즌2'라 할 수 있는 이 꿈의 실현을 위해 오랜 인연의 측근부터 외부 영입 인물까지 다양한 참모들을 기용했다.

1968년생인 노진서 LX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은 그 중에서도 전략과 기획 부문의 전문가로 꼽힌다. 노 사장은 1993년 금성사에 입사해 약 30년간 여러 계열사를 거친 ‘LG맨’이다. LG디스플레이와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4년에 LG전자 경영전략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 ㈜LG 시너지팀 상무, ㈜LG 기획팀장, LG전자 로봇센터장,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산하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노 사장은 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경험이 상당하다. 2007년과 2014년 구 회장이 LG전자와 LG상사에서 CEO를 맡을 당시 기획 업무를 맡았다. LG상사에선 구 회장의 자원개발 사업 확장을 도왔고 LG전자에선 프리미엄 가전 분야 진출에 힘을 보탰다. 노 사장은 당시 구 회장의 신뢰를 받았다.

노 사장은 2016년 구 회장이 LG전자 CEO에서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도, 2021년 LX그룹의 계열분리 당시에도 부름을 받았다. 구 회장은 그에게 LX홀딩스 최고전략책임자(CSO)CSO 자리를 주고 그룹의 사업 재편 업무를 맡겼다.

'구본준의 전략통'...구형모 부사장도 보좌

2022년 3월부터 구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경영을 책임져온 노 사장은 그룹의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체질 개선을 통해 성장을 주도하고, 그룹 출범 초기 안정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연말 사장 승진을 했다.

노 사장은 현재 LX홀딩스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주력 계열사인 LX MMA와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DI, 한국유리공업 등의 기타비상무이사다. 게다가 그는 구 회장의 아들인 구형모 부사장이 이끄는 LX MDI와 투자회사 LX벤처스의 기타 비상무이사직을 맡으며 구 부사장을 보좌하고 있다. 구 회장이 부재한 이사회에서 주요 안건을 처리하고, 각 계열사에 구 회장의 의중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이 개국공신이라면 한명호 LX하우시스 대표이사 사장은 ‘만능 해결사’다.

한명호 사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LX하우시스 영업이익을 7배 이상 끌어올린 데(전년 대비 600% 이상 증가) 이어 사장 취임 2년 차인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X하우시스는 올해 1분기 매출 8495억원, 영업이익 3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101.1%가 증가한 수치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65.2% 증가했다.

이같은 호실적은 한 사장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원가개선 노력을 지속한 결과다. LX하우시스는 2021년 LG그룹에서 분리돼 LX그룹으로 편입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건설‧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 등에 따라 영업이익은 지속해서 감소했다.

한 사장이 취임한 뒤 LX하우시스 미국법인은 눈에 띄는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LX하우시스 미국법인은 지난해 순이익 165억원을 거뒀다. 2022년 처음으로 순손실 6억원을 냈는데 한 해 만에 17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개선한 것이다. 165억원은 최근 10년 동안 LX하우시스 미국법인 순이익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한 사장은 1959년생으로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LG화학 상해무역법인 법인장을 시작으로 LG경영관리팀 팀장과 LG부사장, LG화학 산업재사업본부 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후LG화학의 건자재 부문이 인적 분할됐을 당시, LG하우시스의 초대 대표를 지내고 2012년 퇴임했다. 지난해 3월 10년 만에 LX하우시스로 다시 복귀했다.

한 사장은 올해 3월 LX하우시스 제1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주택경기 침체 등 어려운 사업환경에서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수년간 지속한 부진에서 벗어났다”며 “올해 사업환경도 녹록지 않지만 수익성 개선 노력을 계속 추진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약속을 증명하듯, 현재 LX하우시스는 건자재 부문 해외시장 확대와 마케팅 강화를 통해 국내 소비자거래(B2C)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유통 채널 증가와 더불어 기존 표면 소재 외 바닥재 등의 판매 확대로 매출 개선 효과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구원투수 이윤태, 수익성 개선 전략은?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2021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실리콘웍스(LX세미콘 전신)를 가져왔을 만큼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그가 LG반도체 대표이사를 맡았던 1997년, LG그룹은 외환위기로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며 회사를 그대로 떠나보내야 했던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별도의 집무실을 마련해 이를 오가며 아직까지도 반도체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업황 부진 여파로 LX그룹의 ‘미래 먹거리’ 반도체에 수익성 적신호가 커졌다. LX세미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9%, 2021년 대비 65.1%나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55.7% 상승한 LX하우시스와 대조된다. LX홀딩스(-50.3%), LX인터내셔널(-34%) 등 계열사들보다 영업이익 하락도가 컸다. LX세미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삼성맨’ 이윤태 사장을 영입했다. 7년 만의 CEO 교체였다.

이 사장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은 전기공학 전문가다. 1985년 삼성전자 산업설계팀에 입사한 뒤 1994년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분야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모바일플랫폼팀장과 상품기획팀장을 거쳐 LCD개발팀장, LSI개발실장, DS사업부 개발실장, 삼성디스플레이 개발실장까지 지냈다.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과 사장을 역임한 후 2014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일했다.

그가 몇 년 간 사실상 업계를 떠난 상태에서 LX세미콘 사장으로 복귀했을 때 재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춘성 LX인터내셔널 사장과 함께 그룹 2인자로 평가받던 손보인 LX세미콘 사장과 결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장은 1960년생으로 젊은 리더가 부각되는 요새 재계 인사 트렌드와 부합하지 않은 인사였다. 구 회장이 일명 ‘푸른심장의 37년 삼성맨’을 선임한 이유는 지난 2015~2019년 삼성전기 수장 시절 그가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 때문이다.

그의 취임 첫 해인 2015년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는 60%(61.8%)가 넘었다. 그는 이를 축소하기 위해 지속적인 신규 거래처 확보에 집중했고, 1년 만에 효과를 봤다. 2016년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전년 대비 5%포인트 하락한 56.8%를 기록했다. 취임 2년 차인 2017년에는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47.8%로 1년 새 10%포인트 이상 낮아졌고, 2018년에는 44.4%까지 하락했다. 이 사장 임기 마지막 해인 2019년에도 47.1%였다.

이같은 사업 다각화의 노력은 즉각적인 수익 향상으로 이어졌다. 2015년 3013억 원에 불과했던 삼성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3년 뒤인 2018년 1조1499억원까지 약 4배 급증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19년에도 7340억 원의 영업이익을 보여 대표 재임기간 삼성전기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2021년 LX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LX세미콘도 LG디스플레이 의존도가 높다는 한계를 지녀왔다. 2021년 그룹 편입 이후 LX세미콘의 연도별 LG디스플레이 매출 의존도는 2021년 71.23%, 2022년 56.7%, 올해 상반기 74.11%다. 사실상 LG디스플레이의 실적에 가장 직접적인 여파를 받는 곳이 LX세미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사장의 행보는 그가 LX세미콘 반등을 이끌 적임자임을 방증한다.

LX세미콘은 스마트폰과 TV 등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부품인 DDI를 만든다.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DDI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92%에 달한다디스플레이의 각 화소(픽셀)에 적절한 전압을 공급해 색과 밝기를 정확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모두 쓰인다. LX세미콘이 반도체를 설계하면 이후 제조는 외부공정업체를 통해 진행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고객사인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DDI 발주처를 다변화하는 추세를 고려해 LX세미콘은 최근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내년부터 미래먹거리로 준비해 온 방열기판의 본격적인 사업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방열기판은 전력 소자의 열을 밖으로 확산하기 위해 높은 열 전도성을 갖는 기판으로 전기차, 친환경에너지의 확대와 더불어 높은 성장이 전망된다. LX세미콘은 지난 2021년 일본 FJ머티리얼즈의 지분을 인수하며 관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사장의 지속적인 R&D투자로 LX세미콘이 디스플레이 IC뿐 아니라 MCU, 전력반도체, 방열기판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LX그룹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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