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의 ‘믿을맨’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총수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총수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몸을 던져 보좌한다. 재계에서는 이들을 그룹 실세, 총수의 측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총수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그룹 내에서 직책보다는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총수의 참모들’을 연재한다.

김성준(왼쪽)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사장과 김완수 HD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은 모두 외부 출신 인사로, 정기선 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다.<HD현대>
김성준(왼쪽)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사장과 김완수 HD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은 모두 외부 출신 인사로, 정기선 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다.<HD현대>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은 재계 오너 3세 중에서도 경영 승계 작업이 빠르게 진행 중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09년 입사 후 2년만인 2011년 보스턴컨설팅으로 전직했다. 2013년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회사에 복귀했고 2021년 사장을 거쳐 지난해 11월 부회장에 올랐다.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경영 전면에 나섰고, 부회장으로 올라서면서는 그룹 기획, 전략, 재무 등을 오랜기간 총괄한 경험을 살려 신사업 추진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특히 부회장 승진 당시 부친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복심인 가삼현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세대교체가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정 부회장은 최근 몇 년간 자율운항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 수소충전소 등 신사업 추진 전략에 집중해왔다. 그룹 창립 50주년(2022년)을 기점으로 전통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수소·에너지·인공지능(AI)·로봇 등 업종을 넘나들며 신사업으로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와 올해 열린 CES에서 각각 ‘오션 트랜스포메이션’과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그룹의 새 비전으로 제시하며 육·해상에서의 신사업 추진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정 부회장을 보좌하는 인물이 김완수 HD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부사장)와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공동 대표이사다. 두 사람은 정 부회장의 지근거리에서 HD현대그룹의 미래 구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완수, HD현대그룹 로봇 사업 미래전략 구현가

1969년생인 김완수 대표는 정 부회장이 2021년 9월 손수 영입한 외부 출신 인사다. 미국 제이콥스엔지니어링에서 시작해 삼성엔지니어링을 거쳐 삼성물산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다. 경영지원과 영업, 신사업 발굴 등 다방면에서 역량을 보유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21년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으며 HD현대그룹의 일원이 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이자 부사장이던 정 부회장을 보좌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지주 신사업추진실은 경영지원실 하위 조직이었으나 김완수 대표의 영입과 함께 독립조직으로 격상됐다. 이후 신사업추진실은 경영기획실 바뀌며 중요도가 더욱 높아졌다. 김 대표는 이외에도 HD현대건설기계 사내이사, HD현대미래파트너스 사내이사, HD한국조선해양 ESG사업부문장 등 계열사의 주요 직책들을 겸직해오면서 역량을 쌓아왔다.

현재 김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HD현대로보틱스는 1984년 현대중공업 용접기술연구소 내에 구성된 로봇전담팀에서 시작한 국내 로봇사업의 선구자격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807억원을 내는 등 현재 국내 로봇기업들 중 매출이 가장 큰 곳이다.

로봇사업이 여러 대기업들의 주요 먹거리와 과제가 되고 있는 만큼 정 부회장으로서도 로봇사업 키우기가 승계 과정에 큰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이에 가깝고 믿을 수 있는 김완수 대표에게 HD현대로보틱스를 맡긴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과제는 정 부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HD현대로보틱스의 실적 개선과 IPO(기업 상장) 계획을 다시 수립하는 것이다. 현재 HD현대로보틱스는 본업인 산업용 로봇의 기술력을 활용해 협동로봇사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매출 규모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정기선 ‘바다의 대전환’ 전략 실천 특명 받은 김성준

가삼현 부회장 뒤를 이어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근무 중인 김성준 대표는 1970년생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대학원 석사, 미국 MIT 해양공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그는 2010년 보스턴컨설팅그룹(BGC)의 파트너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때부터 정기선 부회장(2011~2013년 보스컨컨설팅그룹 근무)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2016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중앙기술원 연구위원 입사한 후 같은 해 현대중공업 기획실 전무로 이동했다. 당시 기획부실장이었던 정 부회장이 보스턴컨설팅그룹 재직 시절 눈여겨보며 직접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정 부회장이 2018년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 경영지원실 실장으로 옮겨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 수업을 시작할 때에도 경영지원실 계열사지원1부문장으로 이동했다. 2019년 한국조선해양(HD한국조선해양 전신) 경영지원실 기획부문장으로 직을 옮길 때까지 정 부회장과 손발을 맞췄다.

김 대표는 2020년 미래기술연구원장에 선임된 이후 조선업 미래 기술 확보에 나섰다. 조선업계 환경규제 강화 추세에 발맞춰 탈탄소·무탄소 연료(메탄올·암모니아·LNG·수소 등) 추진 기술, 에너지 저감 기술(선형 최적화, 보조 추진 장치 등) 상용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 2단계 자율운항 기술 상용화 등 미래 선박 경쟁에서 HD한국조선해양의 위상 향상에 힘을 보탰다.

김 대표는 현재 HD현대 조선업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에서 그룹을 좌우하는 투자 및 경영 전략을 총괄하며 정 부회장의 신사업 전략을 현실화 중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올랐을 때 순수지주사에서 벗어나 친환경 선박 핵심부품의 제조 및 기술 라이선스 사업을 자체사업으로 삼는 사업지주사 전환 전략을 수립한 바 있는데, 이를 공동대표 자격으로 돕고 있다.

CES 2023에서 김 대표는 “HD한국조선해양은 스마트십과 LNG추진선 분야의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메탄올 추진선과 암모니아 운반·추진선 등 차세대 미래 선박 분야에서도 기술우위를 확보하겠다”며 “친환경 연료들은 각자의 특성과 장단점이 존재, 어떤 하나의 연료를 우선시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지만 HD현대는 무엇이 대세가 되더라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연료 추진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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