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대표, AI 사업 전략 짜는 ‘브레인’
수익화 방안 고심하는 ‘소방수’ 이성형 CFO

재계 총수들의 ‘믿을맨’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총수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총수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몸을 던져 보좌한다. 재계에서는 이들을 그룹 실세, 총수의 측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총수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그룹 내에서 직책보다는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총수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기업의 운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총수의 참모들’을 연재한다.

유영상(왼쪽) SK텔레콤 대표와 이성형 SK CFO는 AI 시대 최태원 회장의 새로운 참모로 손꼽힌다.<SK>
유영상(왼쪽) SK텔레콤 대표와 이성형 SK CFO는 AI 시대 최태원 회장의 새로운 참모로 손꼽힌다.<SK>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AI가 가져오는 변화들이 우리에게는 모두 기회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AI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 확실하게 돈을 버는 것은 AI 밸류체인이며 빅테크들도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천포럼에서 ‘인공지능(AI)’를 화두로 내세웠다. 최 회장이 그리는 AI는 ‘SK그룹의 미래 사업 방향성’ 핵심이다. 최 회장은 최근 엔비디아, TSMC, 오픈AI, MS, 아마존, 인텔 등 글로벌 AI 사업을 이끄는 빅테크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달 5일에는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현장을 찾아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한 기업만이 살아남아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며 “흔들림 없이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차세대 제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K AI 해법 푸는 유영상, 글로벌 AI컴퍼니 만든다

SK그룹은 현재 AI 전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주축으로 AI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개인형 AI 비서(PAA) 등 AI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이 반도체 칩, 인프라, 서비스 등 벨류체인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간다면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 기업과 함께 어벤져스를 만들어 (글로벌 AI 시장에) 같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SK그룹 청사진이다. 현재 그룹 차원에서 강도 높게 추진 중인 ‘리밸런싱’ 작업 역시 AI와 반도체 이외의 신규 투자를 원점 재검토한다는 게 기본 전제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사장) 겸 SK수펙스추구협의회 ICT위원장은 최 회장의 AI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선봉장이다. 통신사인 SK텔레콤에 인공지능(AI) 전문 회사라는 DNA를 심었다.

유 대표는 올해 7월 열린 타운홀 미팅을 통해 AI 사업 전략과 본원적 경쟁력 강화(OI) 방안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회사와 구성원의 성장 및 행복이 선순환하는 글로벌 AI컴퍼니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이천포럼에서는 “AI 시대의 전환기에 반도체와 인프라에서 출발하는 ‘대한민국 성공 방정식’으로 다 함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도록 SK부터 앞장서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유 대표는 SKT의 AI 전략으로 투트랙을 언급했다. 단기적으로 AI DC를 비롯한 AI B2B, AI B2C 등 신성장 사업 영역의 사업 모델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기존의 통신 사업의 AI 전환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SGH)에 AI 분야 역대 최대 규모(2억달러) 투자를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AI 컴퓨팅·소프트웨어·액침냉각 등 효율적인 AI 인프라를 구성하고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와 협력 확대를 통해 그 규모와 시장을 점차적으로 확장해 갈 예정이다.

재무통 이성형, AI 수익화 방안 고심

2018년부터 SK(주)에서 CFO를 맡아온 그룹 재무통 이성형 SK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도 최 회장 참모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5여년간 그룹 재무를 총괄하며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내부회계관리 제도를 구축하고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회계 투명성 강화에 공헌했다.

이 CFO는 지난해부터 SK(주)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룹 내 입지가 강화된 실세가 됐다. 지난해 재무 총괄 업무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부문장까지 겸직하며 그룹 전반의 재무와 투자 등을 책임져왔다.

이 CFO는 2016년 SK텔레콤에서 재무관리실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어 통신업에 대한재무 이해도 탄탄한 편이다. SK에코플랜트, SK네트웍스, SK스퀘어 등에도 비상무이사로 활동하며 주요 계열사의 재무를 직접 챙겼다. 그룹 내 CFO 중 유일하게 사장직함을 가진 인물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는 든든한 조력자다. 올해 정기인사에서 SK텔레콤의 기타 비상무이사로도 낙점됐다.

비상근 이사라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최 SK그룹 회장이 내세우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올해 SK텔레콤에 반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 SK텔레콤이 최근 통신 사업 외에 집중하고 있는 AI 서비스 사업의 수익화 전략 등 구체적인 가치 끌어올리기를 위한 작업을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촌경영 나선 최태원...그리고 오너가 참모들

SK그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딥체인지’ 경영철학에 따라 지난 연말 인사에서 최 회장의 핵심 참모로 불렸던 부회장단을 전원 물갈이하고 50대 젊은 CEO들을 전진배치하는 등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오르고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34세 나이로 부사장급 임원인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최연소 승진했다.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막내 아들인 최 의장은 서울대 심리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 경영기획실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지난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로 취임한 데 이어 2017년 중간 지주사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바이오 사업을 이끌어 왔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도 SK그룹의 핵심 사업체인 SK온을 이끌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CES 등 배터리·가전 분야 국제박람회에 최 회장과 함께 참석하며 해외 고객사 확보와 기술동향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그동안 지주사 공동대표이사와 수석부회장 등을 맡으며 형 최태원 회장의 그룹 경영을 보좌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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