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수출입은행 행장 임명…KAI 사장 인선 속도 낼 듯
K방산 호황 와중 리더십 공백으로 실적·수주 모두 부진
李 대통령, KAI 정부 입김 줄이는 방향 고려...내부 발탁 거론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전경.<KAI>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전경.<KAI>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경쟁사들이 ‘K방산’ 수출 호황 속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반면, KAI는 올 3분기 방산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실적 뿐이 아니다. 대형 방산 사업 수주 전쟁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사장 자리가 연내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KAI 최대주주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 5일 황기연 상임이사를 신임 행장으로 임명하면서 KAI 사장 선임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KAI, 장기화되는 리더십 공백...실적·수주 모두 기대치 밑돌아

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기업들은 3분기 매출·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KAI는 같은 기간 매출액 7021억원, 영업이익 60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6%, 21.1% 감소했다. 

KAI는 일부 사업 납품 시점이 4분기로 넘어가며 실적이 일시적으로 주춤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 일각에선 5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리더십 공백이 실적 부진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현재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차재병 부사장은 임시직 특성상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수주 경쟁에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KAI는 지난 9월 전자전기 체계 사업 수주전에서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에 패배했다. 2034년까지 전자전기 4대를 확보하는 사업으로 정부가 확보한 예산은 1조9000억원(공고상 1조7775억원)이다. 체계 개발부터 양산까지 포함한 규모다. 지난 4월 약 1조원 규모 블랙호크(UH-60) 성능개량 사업에 이어 또다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노조는 장기화되는 리더십 공백 상태에 분노하고 있다. 노조는 “KAI는 경영·수출·기술개발·노사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의사결정이 멈춰 선 채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여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금 KAI에 필요한 것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경영 체제이며 보여주기식 경영이 아닌, 기술·품질·안전·수출의 현장을 책임질 내실형 리더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러면서 “정부는 즉시 정치적 셈법을 거두고 항공산업을 이끌 수 있는 전문경영인 인선을 단행해야 한다”고 빠른 선임을 촉구했다.

수출입은행 행장 임명으로 KAI 사장 인선 속도, 내부 발탁 거론

다행히 노조 바람대로 연내 사장 인선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관례상 KAI 최대주주 수출입은행이 행장을 임명해야 KAI 사장 인선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선임 의사 결정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출입은행은 KAI 지분 26.4%를 보유하고 있다.

사장 인선 관건은 이번에도 낙하산 인사 병폐를 반복하느냐 여부다. KAI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최대주주가 정부 관련 기관인 탓에 사실상 대통령이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 시절 김조원, 안현호 전 사장이 각각 감사원,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으로 항공우주분야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임 강구영 사장 역시 공군 중장 출신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 탓에 취임 당시부터 ‘낙하한 인사‘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정부 입김‘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수출입은행 황 신임 행장도 창립 이래 두 번째 내부에서 발탁됐다. KAI 역시 내부 출신 선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외부 출신 장점도 있지만 그동안 계속 논란이 됐던 낙하산 인사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KAI 내부에서도 내부 출신 사장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재명 정부도 적극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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