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소노 서준혁·위닉스 윤철민...과감한 도전 vs 개인적 욕심
만만치 않은 항공업계, 출혈성 투자多...경쟁사와 차별화 필수

서준혁(왼쪽) 대명소노그룹 회장, 윤철민 위닉스 대표.
서준혁(왼쪽) 대명소노그룹 회장, 윤철민 위닉스 대표.<각 사>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최근 항공업과 관계 없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그룹 수장들이 잇따라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 윤철민 위닉스 대표가 대표적이다. 서 회장은 지난 6월 티웨이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었고 윤 대표는 지난해 옛 플라이강원을 인수해 파라타항공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파이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는 한편, 개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에 너무 큰 리스크를 안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항공업 초보 2세 경영인들의 도전, 성공이냐 실패냐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지난 6월 24일 티웨이항공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자신을 비롯한 사내이사 3인, 기타비상무이사 3인, 사외이사 3인 등 총 9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후 대한항공 출신 이상윤 대표를 첫 수장으로 선임하며 본격적인 대명소노 시대의 출발을 알렸다. 

지난 2일 김포공항에서 진행된 파라타항공 1호기 도입식에서 윤철민 파라타항공 대표(오른쪽에서 네번째), 윤희종 위닉스 회장(왼쪽에서 네번째)과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파라타항공>
지난 2일 김포공항에서 진행된 파라타항공 1호기 도입식에서 윤철민 파라타항공 대표(오른쪽에서 네번째), 윤희종 위닉스 회장(왼쪽에서 네번째)과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파라타항공>

윤 대표도 지난 2일 1호기(A330-200 기종) 도입을 완료한 데 이어 지난 11일 국토교통부 항공운항증명(AOC) 발급 검사 가운데 하나인 비상탈출 시험을 통과하며 9월 첫 취항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파라타항공은 A330-200 1대와 A320-200 2대의 연내 도입 일정도 확정한 상태다.

서 회장과 윤 대표 공통점은 모두 창업주 아들이자 2세 경영인이라는 점이다. 서 회장은 대명소노그룹이 리조트·호텔·레저 중심 사업에서 축적한 서비스 경험을 기반으로 항공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표도 마찬가지로 생활가전 시장에서 확보한 자본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하늘길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실은 ‘낭만’보다 ‘생존’...경쟁사와 차별화 필수

두 사람처럼 항공업과 직접 연관이 없는 기업인들이 LCC 업계에 속속 진출하는 데에는 개인적인 욕심과 사업적 계산이 뒤섞여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항공사는 ‘로망’이 강한 산업이라 자본과 네트워크를 갖춘 오너들이 평소 품어온 꿈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삼기 쉽다. 서 회장은 2011년 대명엔터프라이즈(현 대명소노시즌) 대표 시절 티웨이항공이 매물로 나오자 인수전에 나섰지만 중도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14년 만에 다시 인수를 시도했고 꿈을 이뤘다.

특히 창업주 2세·3세 경영인들은 기존 사업과 무관하더라도 자신만의 대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한다. 여기에 항공업은 소비자 접점이 넓어 그룹 전체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크다.

최근에는 항공기 리스나 중고기 도입, 노선 임대, 정비 외주 등으로 초기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정부의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과 국제선 수요 회복이 맞물리며 ‘지금이 기회’라는 판단도 힘을 보탰다. LCC 시장은 변동성이 크지만 타이밍이 맞으면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고보상 구조이기에 팬데믹 이후 운임 급등 사례처럼 빠른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기대하는 경우도 많다. 

서 회장의 티웨이항공 인수는 그룹의 호텔·레저 사업과 결합해 ‘관광 패키지+항공’ 모델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윤 대표의 파라타항공은 신흥 노선 개척과 특화 서비스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 전략 모두 막대한 초기 투자와 불확실성이라는 높은 파고를 넘어야 한다. 업계 일각에선 “오랜 개인적 로망을 실현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서 회장이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할 당시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 막 중견 기업에서 대기업 집단으로 올라서는 상황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항공업에 진출하는 것이 잘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였다.

실제 항공업은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 항공기 구매 또는 리스, 정비 인프라 구축, 조종사·승무원 채용 등 출혈성 투자가 필수다. 특히 LCC 시장은 노선 확보 경쟁이 치열하고 운임 인하 압박이 상시 존재한다. 업계에 따르면 중형급 LCC 한 곳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최소 수천억 원의 자본이 필요하다.

또 안전 문제, 국제 유가 변동, 환율, 기후·지정학 리스크 등 수익 구조를 뒤흔드는 변수가 많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항공 수요와 노선 운영에 미친 충격은 여전히 업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현재 국내 LCC 시장에는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에어프레미아 등 다수의 플레이어가 경쟁 중이다. 여기에 대형 항공사들이 국내선과 일부 국제선에서 운임 인하 경쟁에 가세해 LCC의 가격 경쟁력마저 약화되고 있다. 서 회장과 윤 대표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운임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시장에서 신규 LCC가 살아남으려면 독보적인 노선 전략이나 서비스 콘셉트가 필수적”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기존 사업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기에 디테일한 리스크 관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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