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 심사 지연, 직원 관리 어려움 등 원인 분석
새 주인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 항공업 애정 돋보여
타이어뱅크, 항공업 경험 전무, 오너 리스크 등 우려

에어프레미아 항공기.<에어프레미아>
에어프레미아 항공기.<에어프레미아>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대명소노그룹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최근 티웨이항공을 품에 안으며 항공업 진출에 성공한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에어프레미아 지분까지 매입, 단숨에 2개의 항공사를 인수하는 청사진을 그린 바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티웨이항공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대명소노 측의 티웨이항공 이사회 진입이 잠정 보류됐다.  여기에 기존 티웨이항공 직원들이 파견 나온 대명소노 임원들의 업무 분장 등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새로운 주인은 타이어뱅크로 돌아갔다. 이로써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과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사이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오른쪽), 소노타워.<대명소노그룹>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오른쪽), 소노타워.<대명소노그룹>

대명소노, 에어프레미아 지분 22% 타이어뱅크 측에 매각

2일 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은 JC파트너스와 공동으로 보유한 제이씨에비에이션제1호 유한회사(JC SPC)의 에어프레미아 지분 22%(6285만6278주) 전량을 타이어뱅크 측(AP홀딩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 매각 단가는 주당 1900원, 전체 매각 규모는 약 1200억원에 달한다. 이에 타이어뱅크는 기 보유 중이던 에어프레미아 지분 46%를 포함해 7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됐다.

대명소노그룹이 에어프레미아 인수를 포기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월 31일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 등 17개 안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주총 전까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심사 승인이 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서 서 회장을 비롯한 대명소노 측에서 제안한 이사 후보자들은 전원 사퇴했고 의안도 자동 폐기됐다.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던 정홍근 대표가 재선임, 당분간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게 됐다.

현재 공정위는 대명소노그룹과 티웨이항공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미흡한 자료를 보완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2조원 이상인 기업은 기업결합 완료전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2023년 말 기준 소노인터내셔널 연결 자산총액은 3조6000억원으로 심사 대상이다. 기업결합 심사는 신고일로부터 30일, 최대 90일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

대명소노그룹은 오는 23일 티웨이항공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의 건을 재상정할 예정이다. 다만 5월 임시 주주총회까지 보완 심사를 마무리 짓고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자료 보완에 들어가는 시간은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탓이다. 

업계 일각에선 직원 관리 문제도 또 다른 이유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 인수가 결정된 이후 대명소노 고위직이 티웨이항공에 파견돼 일부 업무를 지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과정에서 몇몇 티웨이항공 직원들의 업무가 변경되는 일이 발생했고 다소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어프레미아 미주 노선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도 한몫 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7월 캐나다 밴쿠버 노선 신규 취항을 시작, 미주 노선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명소노그룹의 회사 규모, 항공업 경험 부족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티웨이항공에 더해 에어프레미아 직원들까지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뉴시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뉴시스>

에어프레미아 새주인 타이어뱅크, 강점과 약점 ‘공존’

한편 에어프레미아의 새주인이 된 타이어뱅크는 1991년 김 회장이 창립한 타이어 유통 전문 기업이다. 전국에 약 5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타이어뱅크는 기존의 복잡한 유통 구조를 단순화해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 회장은 에어프레미아 설립 초기인 2018년부터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항공 산업에 대한 장기적 관심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자녀들이 지배하는 사모펀드인 AP홀딩스를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이를 입증한다.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과 승계 전략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읽힌다. 다만 대명소노그룹과 마찬가지로 항공업 경험이 전무하고 김 회장이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오너 리스크가 남아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타이어뱅크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는 창업 이후 여러 경영적 난관과 변화의 시기를 겪었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도 좌초되지 않고 꿋꿋이 버텨냈다“며 “에어프레미아가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품격 항공사로 도약해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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