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독일에 공장 건설...유럽 1200조 시장 공략
심회돠는 자국 우선주의...김 부회장 현지 생산으로 돌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한화그룹 내 조선·방산 부문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오션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현지 생산을 추진한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미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독일‘을 전초 기지로 삼아 북미와 유럽 시장의 ‘톱 티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추진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규모 유상증자 또한 이 같은 현지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행보다. 실제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조9188억원 중 1조3000억원은 해외 조선·방산 생산 능력 구축에 쓸 계획으로 알려졌다.

K9 자주포.<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주포 ‘원조‘ 독일 현지 진출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은 최근 독일 동부 지역에 생산시설을 짓기 위해 부지 검토에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독일 진출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력 지상 무기 K9 자주포는 독일이 개발한 PzH2000 자주포에 밀려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또 엔진, 변속기 등 핵심 부품 역시 독일 회사에 의존하며 독자적인 수출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2023년 핵심 부품 국산화에 성공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실제 PzH2000의 가격은 K9의 2배를 넘는다. K9의 판매 가격이 1대당 평균 70억원 수준인 반면 PzH2000의 1대당 가격은 220억원에 달한다. PzH2000과 비교했을 때 사거리, 연사 속도 등에서 다소 열세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고 PzH2000 1대를 살 돈으로 K9 자주포 3대가량을 구매할 수 있다. 때문에 가성비 측면에서 각국의 러브콜이 쇄도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독일 공장을 다연장 로켓 천무 등 첨단무기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수의 독일 방산 기업과 협업 체계 구축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해당 기업들과 고급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독일 방위산업 역량 강화 등에서 협업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 진출은 독일 외에 폴란드, 루마니아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폴란드에선 현지 방산기업인 WB그룹과 합작법인(JV)을 세워, 납품용 천무 발사대와 유도탄을 생산할 예정이다. 루마니아에선 K9 생산 부지를 확정했다.

강력해지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 김동관 부회장의 결단

이처럼 김 부회장이 조선·방산을 가리지 않고 현지 생산에 사활을 건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점차 강력해지고 있는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조선업 재건을 천명하면서 한국에 협력을 요청했지만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앞세워 현지 생산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실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현지 제철소 건설을 발표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직접 추켜세워준 바 있다. 미국은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에 따라 군함 해외 건조 및 수리를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내 군함 경쟁력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한 김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필리 조선소에 이어 호주 오스탈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스탈은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매출액의 80%가 미국 앨라배마 모빌에 위치한 오스탈USA를 통해 발생한다. 50만㎡ 규모의 모빌 조선소는 해군과 해안경비대(USCG) 등의 군함을 제작하는 데 특화돼 있다. 김 부회장은 필리 조선소에서 상선을, 모빌 조선소에선 군함을 각각 현지 건조해 미국 조선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워갈 계획이다.

유럽 기조도 다르지 않다. 유럽연합(EU)은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유럽에서 생산한 무기를 우선 구매할 방침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4년간 8000억유로(약 1241조원)를 무기 구매에 투자할 예정이다.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 시스템스 등 세계적인 방산 업체들이 유럽에 모여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현지 공장 건설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 수준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화그룹이 미국, 유럽 등에서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성장 동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해외 현지화 전략이 성공하려면 유상증자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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