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워크아웃 이후 13년 만의 경기 호황 맞아
대한조선, 2022년 KHI그룹 인수, 지난해 최대 실적
김광호 회장 ‘선택과 집중‘ 성공...남은 과제는 IPO

김광호 KHI그룹 회장.
김광호 KHI그룹 회장.<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2009년 조선·건설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지정된 이후 13년간 벼랑 끝을 헤맸던 중형 조선사 대한조선이 부활의 전기를 마련했다.

2022년 투자회사 KHI그룹에 인수된 이후 포트폴리오를 단순화 시키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이 먹혀든 데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까지 겹쳐 회사 역사상 전례 없는 호시절을 누리고 있어서다. 

대한조선, 지난해 최대 실적 이어 올해도 ‘순항‘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지난해 영업이익 1582억원을 기록하며 1987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698억원으로 양호한 흐름이 계속됐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22.7%를 나타냈는데, 이는 대형사 대비 외주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형 조선사 가운데 이례적인 수준이다. 실제 대한조선은 강재 전처리부터 블록 조립까지 조선소 안에서 직접 수행하는 인하우스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대한조선 해남조선소 전경.<대한조선>
대한조선 해남조선소 전경.<대한조선>

대한조선이 오랜 침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포트폴리오 단순화가 첫 손에 꼽힌다. 대형사 비중이 압도적인 컨테이너 운반선 등은 과감하게 줄인 반면 지난 3년간 중대형 유조선, 특히 15만DWT(선박에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톤수) 수에즈막스급과 8만∼12만DWT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 셔틀탱커 등 탱커 계열 선박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뚜렷하게 펼쳐왔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5척과 셔틀탱커 3척 등 총 8억4000만달러 규모를 수주하며 세계 중형 탱커 시장에서 점유율 약 14%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유조선 중심 수주 전략을 펴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그리스 선사인 선 엔터프라이즈로부터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2척을 약 2500억원 규모로 수주했다. 월평균 1척가량 선박을 인도하면서 현재 수주잔량은 2조원대, 약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안정적 상태로 평가된다.

대한조선 살려낸 김광호 회장, 남은 과제는 IPO

대한조선 부활 뒤에는 김광호 KHI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1953년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두산그룹에 입사해 해외지사장까지 역임한 뒤 1989년 웨스텍코리아를 설립하고 1999년 이를 상장시키며 사업가로서 첫 성공을 거뒀다. 이후 KHI그룹을 통해 모나리자, 쌍용C&B, 엘칸토, 한국피자헛 등 다수의 B2C 기업을 성공적으로 인수·매각하며 ‘M&A 귀재‘로 명성을 떨쳤다.

그는 2022년 한투 PE, SG PE 등 PEF 운용사들과 컨소시엄을 맺어 2000억원을 투입해 대한조선을 인수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KHI의 투자 금액은 700억원 수준이었다. 당시 그는 “대한조선을 글로벌 최고의 중형 조선사로 키우겠다”고 선언했고 인수 이후 15개월 넘게 해남 조선소를 직접 돌보며 전면적인 정상화 작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대한조선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실적을 빠르게 회복했고 이제 기업공개(IPO)를 통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4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희망 공모가는 4만2000~5만원으로 공모 예정 금액은 4200억~5000억원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6181억~1조9263억원에 이른다. 

상장이 이뤄질 경우 대한조선 지분율 47.83%를 보유하고 있는 KHI는 수천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두게 된다. 또 이번 공모에서 200만 주를 구주매출해 840억~10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2년간 보호예수(락업) 조치가 걸릴 예정이기 때문에 김 회장은 당분간 회사 성장을 위해 투자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이미 3년 치 일감이 쌓여 있고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올해도 실적이 우상향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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