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손보, 모회사 한화손보에 흡수합병 예정
주요 해외 법인의 실적 상승세도 주춤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과거 김 사장이 주도한 디지털 보험 전략과 최근 진두지휘 하고 있는 해외 사업에서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으면서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2014년 한화 경영기획실 디지털팀 팀장으로 입사해 2015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회사의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맡아 왔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9월 10일이다.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한화손보는 존속회사로 남고, 캐롯손보는 해산하게 된다.
2019년 5월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출범한 캐롯손보는 김 사장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당시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SDO)로서 캐롯손보 설립을 주도했다. 젊은 세대 고객 확보를 위해서는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디지털 보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캐롯손보는 2020년 2월 주행한 만큼 보험료를 내는 개념의 ‘퍼마일(Per-mile) 자동차보험’을 앞세워 보험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2019년 당기순손실 91억원을 기록한 뒤 2020년 382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795억원, 2023년 760억원, 2024년 662억원 등 매년 적자를 이어갔다.
건전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말 캐롯손보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전분기(189.44%) 대비 33.2%포인트 감소한 156.24%를 기록했다.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가까스로 넘긴 수준이다. 킥스비율은 보험금 청구가 발생했을 때 가입자들에게 제때 내어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굵직한 해외진출 주도…김동원 리더십 재조명
캐롯손보가 씁쓸한 결말을 맞이하면서 설립을 주도한 김 사장 리더십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김 사장이 총괄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 성적이 부진한 점도 맞물렸다. 김 사장은 2023년부터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서 한화생명의 해외 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2023년 3월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Lippo Group) 금융 자회사 리포손해보험(Lippo General Insurance) 인수를 성사시켰다. 이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인연을 맺은 존 리아디(John Riady) 대표와 우호적 협력 관계가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보험사 중 최초로 해외 은행업·미국 증권업에 진출하는 성과도 이끌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4월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Nobu Bank) 지분 40.0%를 확보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Velocity Clearing, LLC) 지분 75%를 매입했다. 현재 현지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연이어 주도했지만, 주요 해외 법인들의 실적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전년 대비 5.0% 감소한 4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기간 인도네시아 법인은 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 대비 순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법인과 한화손보가 함께 지분을 인수했던 리포손해보험도 전년보다 66.8% 감소한 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한편 한화생명 측은 베트남 법인에 대해 “지난해 생명보험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투자수익 제고로 손익이 소폭 개선됐다”며 “올해 설계사 채널 강화 및 방카슈랑스(금융기관보험대리점) 제휴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법인에 대해서는 “최근 현지 시장이 어려워 업계 전반에서 난항을 겪었으나, 단체건강보험 신계약 증가로 순손실이 소폭 개선됐다”며 “방카슈랑스 채널 제휴 확대 및 신상품 출시로 보험손익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