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총합 2조352억원…전년대비 20.0%↓
KB손보만 투자손익 441% 급증하며 순익 방어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국내 ‘빅5’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독감·폭설·산불이라는 ‘삼중고’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이런 가운데 KB손해보험만 유일하게 실적 상승을 기록해 눈길을 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개(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 손보사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총합은 2조35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2조5434억원)과 비교해 약 20% 줄었다.
실적이 가장 크게 악화한 곳은 현대해상이다. 현대해상의 1분기 순이익은 2032억원으로, 전년 동기(4773억원) 대비 57.4% 급감했다. 지난해 1분기에 반영된 일회성 이익(27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24.0% 감소한 수준이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전년 동기(7020억원) 대비 13.2% 줄어든 60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2024년 1분기 4909억원에서 올해 1분기 4625억원으로 5.8%, DB손해보험은 5834억원에서 4470억원으로 23.4% 각각 순이익이 하락했다.
손보사들의 실적 부진은 보험 부문 손익이 감소한 영향이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6% 줄어든 4194억원, 메리츠화재는 3598억원(-21%), DB손보는 4027억원(-28.5%), 현대해상은 5330억원(-67%)을 각각 기록했다.
보험손익이 줄어든 원인은 손해율 악화에 있다.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독감 유행(장기보험), 한파·폭설(자동차보험), 대형 산불(일반보험) 등 사고가 잇따르면서 손해율이 전반적으로 나빠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면서 손해율이 올랐고, 이로 인해 보험손익이 악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손보만 실적 성장…업계 5위→4위로
이런 가운데 KB손보는 5대 손보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KB손보는 KB금융그룹 손해보험 계열사로, 지난해 1월 취임한 구본욱 사장이 이끌고 있다. 회사의 1분기 순익은 3135억원으로, 전년 동기(2898억원) 대비 8.2% 늘었다. 경쟁사들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유의미한 성장이다.
이 같은 호실적은 투자 부문이 이끌었다. 통상 보험사 수익 구조는 크게 ‘보험’과 ‘투자’로 나뉜다. 보험 부문은 상품을 판매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본업을 의미하고, 투자 부문은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KB손보 역시 다른 손보사들과 마찬가지로 보험손익은 줄었다. 1분기 보험손익은 2631억원으로, 전년 동기(3684억원) 대비 28.5% 감소했다. 하지만 투자손익이 306억원에서 1656억원으로 441.2%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회사 측은 투자손익이 대폭 커진 배경으로 수익성이 높은 대체 자산 투자 확대와 채권 교체 매매를 통한 처분이익 증가를 꼽았다. 여기에 금리 하락에 따른 구조화채권 평가이익이 확대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KB손보는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연금융자본부’와 ‘자산투자파트’를 신설하며, 자산운용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었다. 업계 안팎에선 이 같은 조직개편이 투자 부문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손보는 본업인 장기보험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장기 인보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우수한 보험금 지급 관리로 장기보험 손해율을 업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KB손보는 지난해 구 사장 지휘 아래 건강보험·상해보험 등 장기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왔다. 올해 1분기 장기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기(81.8%) 대비 1.8%포인트(p) 개선된 80.0%로 집계됐다.
한편 이번 실적은 KB손보 입장에선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KB손보는 그간 5개 손보사 가운데 5위에 머물렀으나, 이번 1분기에는 4위로 올라섰다. 게다가 5위로 내려 앉은 현대해상보다 순이익이 1100억원 이상 많다.
KB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효자 역할도 톡톡히 했다. KB증권(1799억원), KB라이프생명(870억원), KB국민카드(845억원)는 지난 1분기 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KB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KB손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18.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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