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태국 방콕을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는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는 비극이 발생했고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는 국내 항공기 사고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20년 가까이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제주항공은 이번 참사로 인해 침체기가 예고된 듯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를 차치하고 참사에 대한 무한 책임은 제주항공 스스로 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 제주항공은 안전성 확보라는 명목으로 여객·화물 노선 축소에 나섰고 올해 1월 2022년 6월 이후 30개월 만에 국제선 여객 수 1위를 진에어에 내주는 굴욕을 겪었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제주항공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제주항공이 기내 교육을 강화하고 리튬 배터리 화재 진압 파우치를 도입하는 등 안전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 달 만에 국제선 여객 수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고객들 믿음을 또다시 저버리고 말았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오후 11시 5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 예정이던 제주항공 항공기가 기체 정비 문제로 인도네시아 발리국제공항에서 18시간 넘게 출발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마저도 출발하지 못하고 해당 항공편은 결국 취소됐다.

문제는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정비 문제를 해결하고 23일 오후 1시 40분 다시 이륙하려던 항공편은 이륙 직전 기체 정비 결함이 반복되며 활주로까지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램프 리턴을 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 5분 출발 예정이던 또 다른 항공기까지 결함으로 취소되며 제주항공을 끝까지 신뢰하고 기다렸던 승객들만 이틀 넘게 고통에 시달렸다. 문제가 발생한 두 항공기는 모두 보잉 737-8기종으로 기령이 1년 밖에 되지 않은 신형 항공기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항공정비사 수는 2019년 542명에서 지난해 469명으로 13.5%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월평균 항공기 가동 시간은 작년 3분기 기준 제주항공(418시간)이 LCC 중 가장 길었다. 정비 인원은 줄어드는 반면 비행기 운항 시간은 늘어났으니 신형 항공기에서조차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 도출된다.

항공기 지연 과정에서 대처 역시 최악이었다. 30대 A씨 등 다수 승객 증언에 따르면 항공기가 처음 지연되고 2시간가량 지났을 때 기장, 부기장이 게이트 밖으로 나와 카페에서 커피를 사가지고 다시 항공기로 들어갔다고 한다. 

공항에 따라 규정이 다르고 보딩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항공보안법 위반 여부는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불과 3개월 전 179명이 목숨을 잃는 엄청난 참사를 낸 항공사 기장과 부기장 처신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뿐만이 아니다. 승객에 따라 최대 이틀간 항공기 지연 과정에서 불만사항을 처리하는 제주항공 직원은 한 명에 불과했다. 이러다보니 한국어 안내 방송, 도시락·물 제공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20대 승객 B씨는 “발리국제공항에서 30시간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며 “다시는 LCC, 특히 제주항공을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20년 부동의 1위에서 지난해 연말 참사 이후 고질적인 안전, 서비스 문제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등 LCC 업계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로 전락하고 있다. 제주항공 전 직원이 이번 발리 사태를 계기로 ‘분골쇄신(粉骨碎身)’해 과거 고객의 신뢰를 받았던 제주항공으로 재탄생하길 바라본다. 

심민현 인사이트코리아 기자
심민현 인사이트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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