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장인화표 쇄신책 본격 가동
내년 구조개혁 커질듯...시작은 연말 임원 인사
임원 인력 15% 감축...승진 대상자 30% 축소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지난 7월 1일 포항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포스코>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지난 7월 1일 포항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포스코>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리고 이에 대한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으로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다. 차분히 새해 사업계획을 세우려던 대기업 총수들의 머릿 속도 복잡해졌다. 환율은 치솟고 주가는 불안한 모습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무역 갈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때 총수들은 어떤 사업구상을 하고 있을까. 이들이 꼽는 당면 과제는 무엇일까. <인사이트코리아>는 기업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의 자문을 통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새해 구상을 키워드로 살펴봤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포스코는 올해 내내 업황 부진, 내부 사건·사고 등 각종 악재에 골머리를 썩었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가 갈수록 심화되며 본업인 철강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신사업 핵심’ 이차전지도 전기차 시장 수요 정체(Chasm·캐즘) 여파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경북 포항 파이넥스 공장 화재, 노사 갈등 역시 좋지 않은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올해 3월 취임한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최정우 전 회장의 경영 기조를 크게 바꿀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는 사장 시절부터 인자하고 넉넉한 성품으로 구성원들을 아우르는 덕장형 리더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자신이 취임하자마자 큰 변화를 줬을 경우 내부에서 야기될 혼란을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장 회장은 취임 한 달 뒤 ‘7대 미래 혁신과제‘를 제시하며 “포스코는 철강사업을 기본으로 하되 지난 10여 년간 노력한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쌍두마차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임 회장 시절 철강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점을 보완하겠다는 목소리 외에 사업 측면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올해 2월 회장 내정자 신분에서 이뤄진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최 전 회장 체제에서 활약한 주요 경영진을 다수 연임시키며 변화보단 안정을 택했다. 김학동 부회장과 공동대표이사로서 포스코를 이끌던 이시우 사장이 단독 대표로 선임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최 전 회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변화 소극적이던 장인화 회장의 결단

하지만 이 같은 기류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발표 나면서부터 급변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줄어들며 상반기에 이어 다시 한번 부진을 이어갔다. 

결국 포스코는 지난달 19일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지난 7월 포항 제1공장에 이은 올해 두 번째 셧다운이다. 장 회장 입장에선 변화를 망설일 경우 모든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도 칼을 빼들었다. 이차전지 핵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9월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포항에 1조2000억원을 들여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해외 사업 역시 중국에서 인도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추세다. 포스코는 최근 회사가 보유한 중국 유일의 제철소인 장자강 포항불수강 매각을 진행하고자 자문사를 선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해당 공장은 지난해 포스코 해외법인 38곳 중 가장 큰 손실(약 18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도에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인도는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세계 인구 1위(14억5093만명)의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평균 연령 28세로 성장 잠재력도 충분하다. 

포스코는 지난 10월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 철강·이차전지소재·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 핵심은 포스코와 JSW그룹이 인도 오디샤주에 대형 일관제철소를 합작으로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일관제철소는 제선, 제강, 압연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종합제철소를 뜻한다. 

지난달 10일 오전 4시 20분께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 용융로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뉴시스>
지난달 10일 오전 4시 20분께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 용융로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뉴시스>

지난달 2주 간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3파이넥스 공장 사태도 장 회장의 노선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전임 회장 시절 미흡했던 공장 관리가 화재의 원인 중 하나로 파악된 탓이다. 결국 모든 것을 새롭게 뜯어고쳐야 한다는 결심을 서게 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파이넥스 공법에 사용되는 산소는 고압인 데다 인화성이 강한 탓에 안전 설비를 주기적으로 교체해 줘야 하는데 전임 최정우 회장 시절 그런 부분이 소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최 전 회장과 달리 제대로 된 설비를 위해 국내외 다방면으로 알아봤지만 내년 상반기 정상 가동을 목표로 설비 수리를 나서는데 3000억~4000억원가량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돼 3파이넥스 공장 가동 중단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포스코 연간 조강 생산능력 중 3파이넥스 공장의 전체 쇳물 생샨랑은 전체의 약 5%를 차지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기도 하다.

내년 쇄신 폭 더욱 커질 듯...시작은 정기 인사

장 회장은 내년 더욱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3일 단행된 인사에서 문책성으로 이시우 사장이 교체됐다. 대타로 포스코엠텍 대표와 포스코 안전환경본부장을 역임한 이희근 설비강건화TF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발령 났다.  

장 회장과 함께 포스코홀딩스 대표로 있던 정기섭 사장은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으로 발령 나면서 2선 후퇴했다. 최정우 전 회장 시절 고위직에 중용된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사장과 유병옥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실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교체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정희민 건축사업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 했다. 포스코퓨처엠 사장에는 엄기천 에너지소재사업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주요 계열사 대표 중에는 1989년 대우인터내셔널에 입사한 ‘대우맨‘ 출신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만이 유임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임원 규모를 15% 축소하며 1963년생 이전 임원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했다“며 “승진 대상자는 62명으로 전년(92명)보다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인사 배경을 ‘장인화표 쇄신책’으로 여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철강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 회장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여러 변화를 모색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체할 수 있기에 전임자가 벌려 놓은 사업의 연속성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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