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빅3 중 유일 군 출신, 우려 불식시키고 합격점
이라크 천궁-II 수주 성사, 3분기 실적도 ‘양호‘ 평가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기업 20위 도약 포부 밝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는 유럽, 중동 등 많은 국가들이 한국 방산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바야흐로 K방위산업(K방산)의 전성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추격자에 불과했던 우리 방산 기술력은 이제 세계 톱 티어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인사이트코리아>는 3회에 걸쳐 국내 3대 방산 기업의 해외 공략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LIG넥스원은 방산 3사 가운데 유일한 방산 전문 기업이다. 3사 중 매출이 가장 높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항공우주 두 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현대로템은 방산, 철도, 친환경 인프라 구축 등 세 개 사업 군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LIG넥스원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대공무기를 비롯해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사이버, MRO(함정 유지·수리·정비) 등 사업의 중심축이 모두 방산과 관련된 분야로 매출의 100%를 차지한다. LIG넥스원 기업 소개를 살펴보면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생산하는 ‘종합방위산업체‘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경쟁사와 달리 방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방산 3사 유일 軍 출신 대표, 기대와 우려 ‘공존‘
이 같은 영향 때문인지 LIG넥스원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의 신익현 대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가 모두 샐러리맨 출신인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1959년생으로 충남 공주고, 공사(32기)를 거쳐 공군 조종사로 임관한 신 대표는 공군 제8전투비행단장과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 3처장 등을 거쳐 2015년 공군 준장으로 예편했다. LIG넥스원에는 2017년 전략기획전문위원으로 합류했다. 이후 감시정찰사업부장, C4ISTAR(지휘통제통신·감시정찰·표적획득)사업본부장, C4ISTAR사업부문장 등을 지냈다.
LIG넥스원은 올해 초 신 대표 선임 당시 “(신 대표는) 동종 업계와 관계 기관 등으로부터 사업역량은 물론 국방혁신 4.0을 비롯한 국방정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고루 겸비한 방산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방산업계 일각에선 신 대표 선임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외 정부를 상대로 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방산사업 특성상 대관업무가 중요한데 과거 이 과정에서 방산업체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된 군 출신 인사들이 금품 수수 등 무기 도입과 관련된 비리를 저지르며 물의를 빚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수직적인 문화에 익숙한 군 출신 대표가 직원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MZ세대와의 소통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도 있었다. 실제 기업에 임원 등으로 영입된 군 출신 인사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케이스를 재계에선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임기 첫해 순항...실적·소통 ‘합격점‘
하지만 선임 2년 차를 앞두고 있는 신 대표는 우려와 달리 별다른 잡음 없이 순항 중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 1조3682억원, 영업이익 116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2%, 7.1%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3분기에도 매출 7403억원, 영업이익 519원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매출은 38.1%, 영업이익은 26.5%나 늘어났다.
실적 상승세는 해외 수주가 이끌었다. 3분기 말 기준 수주 잔액은 18조3904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641억원) 대비 52.4% 늘었다. 지난 9월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함께 이라크에서 수주한 3조7000억원 규모의 국산 탄도탄 요격 체계 천궁-II가 신규 수주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향후 수주 잔액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라크 수주 과정에서 신 대표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신 대표는 앞서 언급한 대관업무를 되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 3처장 시절 공군 전투기 등 무기 도입 업무에 관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쉽지 않았던 협상을 원활하게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했던 직원들과의 소통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신 대표는 지난 4월 국내 기업 최초로 테마파크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전체 대관, 직원 1만여 명이 참가한 '2024 패밀리데이'를 개최하며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정부를 상대로 하는 수주에선 우리 정부나 국가기관의 협조가 중요한 요소인 만큼 수주 성공 여부는 대관업무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신 대표가 첫 해외 수주부터 자신의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고 말했다.

천궁-II 중심 해외 개척, 수출 국가 30개국 확대 포부
2018년 양산을 시작한 천궁-II는 LIG넥스원을 ‘대공무기 명가‘로 발돋움시킨 효자 상품이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디아 등 중동 3국에 총 95억달러(약 13조원) 수출을 달성했다.
앞선 중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천궁은 항공기만 격추할 수 있었지만 천궁-II는 항공기는 물론 주요 시설을 공격하는 탄도탄도 요격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개선됐다. 또 위력 증강형 탄두를 탑재해 적 미사일에 직접 충돌해 파괴할 수 있어 목표물 주변에서 폭발해 파편으로 목표물을 파괴하는 천궁보다 위력이 강하다.
LIG넥스원은 천궁-II 뿐만 아니라 신궁·현궁·비궁 등 다양한 ‘궁(弓) 시리즈’를 개발해 해외 수출의 문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신궁은 우리 군이 2006년부터 운용 중인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로 실제 적 항공기와 적이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사용하는 기만용 방어 무기를 구분할 수 있다. 지난해 루마니아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현궁은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이며 비궁은 소형 고속정 같은 바다 위 적을 겨냥하는 직경 2.75인치 유도 로켓이다.
신 대표는 지난 9월 ‘LIG 글로벌 데이’에서 2030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방산기업 순위 20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 수출 국가는 현재 11개국에서 30개국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그는 군 출신답게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신 대표는 “국내 기업 자체 노력만으로 글로벌 대형 방위산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기업간의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 정부 중심으로 K방산 생태계 모두가 힘을 모아야만 불가능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K방산 주역②]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선택과 집중'으로 최고 실적
- [K방산 주역①]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 ‘K9·천무‘로 방산시장 ‘대히트’
- [트럼프 임팩트] 조선 3사‧방산업계 ‘반색', 철강 3사 ‘걱정‘
- 한화에어로 찾은 전 한미연합사령관…“K9∙K10, 미군에 꼭 필요한 전력”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분기 영업익 4772억원...“역대 분기 최대실적“
- LIG넥스원, 한국전파진흥협회와 ‘임베디드SW 스쿨 1기’ 교육생 모집
- LIG넥스원, ‘2024 사랑의 김장 김치 나눔 전달식’ 개최
- 수십 조 수주 놓고 낯 뜨거운 ‘집안 싸움‘...뜨거운 K방산 열기 찬물
- LIG넥스원, 군인공제회C&C와 국방정보시스템 성능 향상 ‘맞손’
- LIG넥스원, 美 첨단 소재 기업 일렉트론잉크스와 R&D 손잡는다
- LIG넥스원, 한국ESG기준원 평가서 ‘지배구조 우수기업’ 선정
- 현대로템,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 본격 운행 돌입
- 현대로템, 대만 무인경전철 첫 편성 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