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9조원 규모 K2 전차 연내 수출계약 불투명
정부 간 거래하는 방산, 계엄 사태 불안 직격탄 맞아
한화오션 주도하는 미국 MRO 사업도 차질 가능성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잘나가던 국내 방산업계 분위기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싸늘하게 식었다. 정부 간 거래 특성이 강한 방산업 수출은 대통령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계약이 진행되기 어려운 탓이다.
실제 약 9조원가량의 폴란드 ‘K2 흑표 전차‘ 추가 수출 계약의 연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진 데다 방산업체와 면담을 위해 지난 5~7일 방한할 예정이던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앞서 지난 2일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도 지난 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빠르게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
9조원 규모 K2전차 연내 수출계약 불투명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폴란드 정부의 연내 K2 전차 추가 구입 계약 체결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K2 전차는 현대로템과 국방과학연구소 합작으로 개발한 기종으로 2014년부터 실전배치 중이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2022년 현대로템과 K2 전차 180대 1차 수출 계약을 맺었다. 총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으로 현대로템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4.4% 증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달 중 2차 계약이 맺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납품 물량은 1차 계약 180대의 4배가 넘는 820대가 유력했다. 하지만 이번 계엄 사태로 계약이 불확실해지면서 계약 금액 9조원이 눈앞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국내 방산 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 가운데 당장 피해를 본 것은 현대로템이지만 계엄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역시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분석이다.
수출은 방산 3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올해 3분기 방산 수출 비중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9%, 현대로템 71%, LIG넥스원 20.2% 수준이다. LIG넥스원은 표면적인 수치는 높지 않지만 전체 매출의 상당한 비중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의 수출 무기에 장착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우려는 주가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보다 6.38% 하락한 27만9000원, 현대로템은 5.93% 떨어진 4만4450원, LIG넥스원은 9.42% 하락한 17만1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이라크 등 중동 국가를 상대로 '한국형 패트리엇' 천궁-Ⅱ 등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 LIG넥스원은 더욱 난처한 상황이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UAE(아랍에미리트) 국왕과 직접 담판을 지어 바라카 원전 수주를 이끌어낸 것처럼 중동 국가들은 국가 정상 간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해양 방산 차질 가능성, MRO 수혜 日에 내주나
해양 방산에서의 약진이 기대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강조하며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국정 운영에서도 사업가 기질을 발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MRO의 또 다른 강자 일본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2기를 맞아 수혜를 기대하고 있던 국내 MRO 사업 최강자 한화오션도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한화오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이 깊은 만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위기를 타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계엄 사태와 방산업체의 수출은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연내 폴란드와 2차 계약을 타결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10조원 가까운 수출 계약이 성사 직전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엎어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