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직후 韓 조선업 언급...“도움과 협력 필요“
방산업계도 미소...동맹국 방위비 증액 압박
철강업계, 트럼프 1기 아픈 기억...또 쿼터 옥죌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한 뒤 멜라니아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한 뒤 멜라니아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같이 발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HD현대중공업은 전일보다 15.13% 오른 20만8500원, 삼성중공업은 9.17% 상승한 1만830원, 한화오션은 21.76% 오른 3만3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HD현대중공업>

트럼프, 韓 조선업 콕 집어 “도움과 협력 필요“

트럼프 당선인은 특히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을 강조하며 “앞으로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과 이야기를 이어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미국의 MRO 시장 규모가 연간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은 조선업 쇠퇴로 함정의 건조보다 퇴역이 더 빠른 실정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이스라엘 전쟁 등 대외적 요인으로 기존 함정 MRO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우방국인 한국에서 비교적 싼값에 안정적으로 MRO를 확보하길 원하고 있다. 이에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이 올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번갈아 찾으며 MRO 사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MRO 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국내 최초로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 지원함과 미 해군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했다. 

이후 HD현대중공업과 동일한 자격을 획득한 한화오션은 올해 하반기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국 해군과 MRO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거제사업장에서 미국 군수지원함에 대한 창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MRO 사업을 떠나 대선 전부터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조선업계는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트럼프가 각종 친환경 정책 폐기하고 전통 화석 연료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브릿지 에너지’ 운반선에 대한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사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은 친환경 에너지의 브릿지 역할을 하는 중간 단계로 여겨진다. 

삼정KPMG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녹색 전환 정책을 폐기하고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에 미국의 LNG, LPG 수요 및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LNG LPG 운반선 발주 또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LNG 등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로 여겨지는 브릿지 에너지원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조선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실제 올해 1분기 한국 조선사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29척, 암모니아 운반선 20척 등 친환경 선박을 100% 수주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하는 K9 자주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하는 K9 자주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트럼프 동맹국 방위비 증액 압박, 방산업계엔 ‘호재‘

방산업계도 트럼프 당선인 재등장을 내심 반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 요구에 따라 나토 회원국 방위비를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서 3%로 증액할 경우 방산업계의 추가 수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나토 회원국 중 6개국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를 도입하는 등 이미 활발한 거래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방산업계 미국 진출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6월 발표한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방산 영향 및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2017년 임기 첫해 당시 트럼프 정권은 국방비를 10% 인상한 바가 있다”며 “트럼프 후보가 다시 집권한다면 대대적인 국방비 지출 확대가 예상되고 이는 국내 방산 기업에 미국 시장 진입 기회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 전경.<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 전경.<현대제철>

철강업계 걱정 산더미...트럼프, 또 쿼터 옥죌까

반면 철강업계는 트럼프 당선인 승리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좋지 않은 기억 탓이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수입 철강재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관세 대신 자발적으로 수출 물량을 줄이는 ‘쿼터 부과국’으로 분류됐고 2015~2017년 연평균 철강 수출량의 약 70%를 수출 최대 물량(쿼터)으로 적용받으면서 약 268만톤만 수출이 가능한 상태다.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32조의 재산정을 통해 쿼터를 더욱 옥죌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미국 철강 산업 핵심인 ‘러스트벨트’ 북부 경합주 3곳(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이를 보답하는 차원에서 철강 무역 장벽을 더욱 굳건하게 쌓을 것이란 우려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3사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등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이라는 악재가 더해졌다“며 “각 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기에 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쿼터가 축소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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