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 기준 5년 만 최저점 찍어...4만원대에서 바닥 다질 듯
AI 시대 맞는 기술 경쟁력 부족…HBM4부터 격차 줄여야
외국인 매도 주도...증권가 “시장은 삼성 위기 대응 능력 주목”

초격차를 자랑하던 삼성전자가 때아닌 위기론에 휩싸였다.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처럼 징후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삼성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대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그렇기에 삼성에는 ‘위기극복’이라는 DNA가 숨어있을지 모른다. <인사이트코리아>는 6회에 걸쳐 ‘이재용의 신경영 시즌Ⅱ’ 시리즈를 기획한다. 국내외 각계 각층이 말하는 재도약의 해법을 제시한다.<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이숙영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외국인이 주로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내던지고 있다. 절대 급락하지 않으리라던 국민주식 삼성전자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지자, 국내 투자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 해외 기업에 비해 삼성전자의 미래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다보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개인투자자는 물론 오너 일가를 위해서라도 적극 적으로 죽가 방어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은 이날 주당 4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9년 10월 17일 5만500원을 기록한 후 약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00조원 아래로 무너졌다. 

최근 3개월간 삼성전자 주가 추이.<네이버페이증권>
최근 3개월간 삼성전자 주가 추이.<네이버페이증권>

외국계 증권사 부정 전망…주가 하락 시작

주가 급락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삼성전자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지난 9월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만6000원으로 27.6% 낮췄다. 맥쿼리도 목표가를 6만4000원으로 48.8% 내렸다.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9월 1일부터 11월 13일까지 47거래일 중 지난달 28~29일 이틀 외에 45일간 순매도를 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무려 15조4819억원에 달한다.

국내 개미투자자들이 나서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으면서 가까스로 주가를 방어하는 형국이다. 개인은 지난 9월부터 전날까지 47거래일 동안 6거래일을 제외하고 41거래일간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개인의 순매수액은 14조8040억원이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소화해 가격 저지선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다시 주가는 조기에 반등에 성공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경우에 따라 개미들까지 덩달아 매도세로 태세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주가 방어에 나설 움직임도 포착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르면 이날 경제장관회의에서 삼성전자 주가 문제를 다루고, 금융당국에서 대책을 발표할 전망이다. 

오너 일가도 주식 담보로 대출받아...주가 하락으로 부담 커져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기술 경쟁력 부족’이 단기간에 극복되기 어려워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AI 반도체인 HBM 시장에서 경쟁에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HBM 시장이 지금처럼 확대될지 예측하지 못하고, HBM 개발 조직을 축소했다.

시장은 AI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안타깝게도 삼성전자에는 이를 주도할 기술이 없다.   지난해 AI 시장이 커지며 HBM 수요가 늘어날 때도 삼성전자는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 1년여 만에 스마트폰 ‘옴니아’을 선보인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러다보니 시장에서는 이 회장은 나서서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쇄신책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개미뿐 아니라 삼성 오너가에도 주가 방어는 중요하다. 홍라희·이부진·이서현 세 모녀는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상속세를 위한 대출을 받았는데, 주가 하락으로 담보주식평가액이 낮아져 난처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삼성전자>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삼성전자>

업계에서 기대하는 쇄신책은 체질 개선을 통한 기술 경쟁력 회복이다. 당장 HBM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없더라도, 내년 하반기 양산될 HBM4부터는 경쟁사와 격차를 줄여야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가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D램 코어 경쟁력 회복”이라며 “차기 제품인 HBM4와 이에 적용될 1cnm 공정 개발에 총력을 다해 기술 경쟁력과 시장 참여자 신뢰 회복을 동시에 이뤄 나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4만원대에 들어서면 하락을 멈출 확률이 높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밸류에이션상 부담은 많이 사라졌으며, 매도 물량은 다 매도됐다고 보고 있다”며 “내년 기준으로 PBR(주가순자산비율) 0.8배가 4만9600원이므로 5만원 아래에서는 하방경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이 있어 반도체 사이클에 맞춰 주가가 다시 오른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상태”라며 “다만 과거 ‘갤럭시’ 스마트폰 사업이나 반도체 사업으로 볼 때 국내 대표 기업으로서 위기 대처능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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