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 “IRA,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 원인”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 공약…현대차·배터리 3사 ‘촉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김동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선거기간 자국의 전기차 전환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대미(對美) 사업에 적신호가 켜지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강한 적개심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동안 미국의 전기차 활성화 정책과 IRA에 발맞춰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가장 촉각을 세우는 부분은 IRA의 존폐다. 전기차 관련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정책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었다. 그는 과거 IRA를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 원인”이라고 비판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관련 정책에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 전기차 정책 변화…현대차그룹 전동화 전략 차질 빚나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플래그십 전기 SUV EV9.<기아>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플래그십 전기 SUV EV9.<기아>

국내 기업들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IRA 보조금을 믿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벌여왔던 현대차그룹과 국내 배터리 3사 입장에서는 정책 변화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기 가동 카드를 꺼냈다. 당초 가동 시점은 내년 상반기였지만 IRA 대응하기 위해 시기를 반년 이상 앞당겼다. 하지만 한 달 새 미국 대선 결과로 상황이 예측불허로 바뀌며 보조금 지급 여부가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약대로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36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자동차 시장 중 한 곳인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 또는 축소로 시장이 위축될 경우 차량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완성차의 미국 의존도는 50.6%이며 전기차의 경우 45.5%에 달한다.

그나마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전기차 후방산업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HEV) 생산을 늘리는 차선책이 있어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계획했던 HMGMA에서 하이브리드 혼류 생산을 결정했다. 전기차 캐즘과 미국 대선이라는 변수가 이유였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IRA 전면 폐지까지는 안 가더라도 보조금이 축소될 경우 전기차 판매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전기차 수요가 감소할 경우 일부를 하이브리드 생산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방수요 약세, K 배터리 ‘위기’…현대차그룹, ‘보편관세’에 촉각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공장.<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공장.<LG에너지솔루션>

산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분석한다. IRA에 따른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게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 3분기 영업이익 448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영업손실은 177억원이다.

올해 3분기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한 SK온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의 AMPC 수혜 금액은 608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가장 큰 시장”이라며 “IRA 정책 변화로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면 후방산업인 배터리 수요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ESS 시장까지 위축되면 상황은 심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현대차그룹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혼류 생산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편관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게 이유다. 그는 재집권 시 중국산에 60%, 나머지 국가의 수입품은 10~20% 보편관세를 예고했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부담을 떠안거나 관세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iM증권에 따르면 올해 1~9월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중 국내 생산 비중은 각각 65%, 52%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편관세를 매길 경우 미국 판매 차량의 절반 이상이 관세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관세 10~20%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는 월 2000억~4000억원, 기아는 월 1000~2000억원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선웅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편관세를 매길 경우 한국에서 수출하는 차량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결국 미국에서 생산해야 하는데 설비 투자나 인건비 등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다만 대통령 혼자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 보니 구체적인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며 “국내 기업의 경우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 경제 관료나 상·하의원들에게 상호공동 이익을 앞세워 로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또 플랜 B, 플랜C 등 다양한 시나리오도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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