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제조업‧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트럼프 1기 정책 주목
미국 증권시장에는 긍정적…주가지수 일제히 상승
관세 부담 증가에 대미 수출 감소 가능성↑…국장 탈출 우려 증대

[인사이트코리아 = 이숙영 기자] ‘금융‧전통에너지 강세, 기술‧청정에너지 약세, 보호무역주의 강화···’
7일 AI 챗봇 챗GPT에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출로 증권시장 흐름이 어떻게 변화할지 물었다. 챗GPT는 앞선 세 가지 키워드로 증권시장 향방을 예측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치러진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을 거쳐 업무를 본격화한다.
트럼프 2.0 시대 도래… 2017년 트럼프 1기 주목
이번 트럼프 당선으로 지난 2017~2021년 사이 ‘트럼프 1기’ 시대가 조명받고 있다. 당시의 기조가 반복‧강화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0 정책 방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시행한 정책이 강화되는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트럼프 당선인이 1기 행정부 때와 같이 무역적자 축소를 강조하면서 적극적으로 관세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에너지산업 규제 정책을 완화하거나 폐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챗GPT 예상처럼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고 기술‧청정에너지(친환경) 산업군 주식이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자동차·철강·화학·방위 등 전통제조업을 강화하고 금융 관련 규제 완화로 금융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트럼프 정부 전략은 결과적으로 미국 주가지수 상승세를 형성하는데 일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전날 미 증시에서 다우·나스닥·S&P500 등 3대 지수가 모두 2% 이상 상승했다. 특히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5.8% 급등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측면에서 본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미국 주식시장, 특히 중소형주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 K증시엔 악재?…국장 이탈 우려
챗GPT는 트럼프 당선이 국내 증권 시장에 긍정적일지 묻는 말에 “트럼프 당선은 한국 증시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경제 및 대외 정책이 한국 증시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서도 챗GPT와 비슷한 의견이 우세하다. 국내 증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장 탈출 기조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미 올해만 해도 국내 증권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50만명 이상이 미국 등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장에서 개미들이 탈출하는 이유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한국 기업의 미국 수출 감소는 불가피해 질 수 있다.
한국무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액 비중은 35.7%다. 2023년 한국의 실질경제성장률 1.36% 중 수출기여도는 1.17%p로 전체 경제성장의 86.1%가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코스피를 주도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대표적인 수출 기업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 핵심은 미국으로의 투자”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따르지 않더라도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트럼프의 관세 인상은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도 “주식시장을 놓고 본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보편 관세 여부에 민감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수출 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의 경우 보편 관세 실행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경기사이클·통화정책에 더 집중해야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트럼프 집권 시기 코스피 수익률이 오히려 바이든 정권 때보다 높았다. 결국 코스피 상황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 이슈보다는 ‘경기사이클과 통화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이 수출국이자 분단국인 한국에 불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어느 정도 맞다”며 “다만 트럼프 집권 1기를 보면 정말 트럼프가 한국증시에 부정적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집권 때 코스피 수익률은 +52%로, 바이든 정권(-18%) 보다 한참 높다. 트럼프 때 한국 증시는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했지만, 바이든 때보단 덜했다”며 “증시는 ‘경기확장·통화완화’엔 상승했고 ‘경기위축·통화긴축’엔 하락했다. 정치적 잡음보단 경기·통화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