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퀀텀점프 1등 공신, 9년째 대표직 수행
상반기 최대 실적, 유럽 노선 확장 등 4연임 유력
최근 잇따른 운항 사고, 경영권 분쟁 가능성 등 변수도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티웨이항공>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티웨이항공>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업계가 대변혁기를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미국 정부로부터 결합 승인을 받게 되면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에어서울이 하나의 LCC로 합쳐지게 돼 이른바 ‘메가 LCC‘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 등 LCC 3사 역시 순위 재편 등 상당한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인사이트코리아>는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각자 어떤 경영 전략으로 대변혁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LCC 업계에서 ‘큰형님‘으로 통한다. 1958년생으로 LCC 9개사 CEO(최고경영자) 가운데 가장 연장자일 뿐만 아니라 2015년 12월 대표에 오른 후 9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LCC 업계에선 최장수 기록이다. 내년 주총에서 4연임이 확정될 경우 그는 2027년까지 대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

정홍근 대표는 LCC를 넘어 항공업계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경력의 골수 항공맨이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정 대표는 국내선 영업팀장, 일본 나고야 지점장 등을 거쳐 2007년 진에어로 자리를 옮겨 1년여간 출범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2009년부터 약 5년 동안 진에어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이끌었다. 2010년대 초반 한때 진에어가 제주항공과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데 정 대표의 영업 능력이 빛을 발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티웨이항공 LCC 新강자 도약시킨 정홍근 대표

2013년 예림당그룹에 매각된 티웨이항공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었고 정 대표를 눈여겨보던 나춘호 예림당그룹 회장에게 스카우트 돼 같은해 티웨이항공으로 적을 옮겨 영업서비스본부장과 일본지역본부장 등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어 2015년 12월 대표에 취임했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티웨이항공을 LCC의 새로운 강자로 키워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 대표의 4연임은 당연한 수순으로 평가받았다. 호실적에 더해 숙원이었던 유럽 노선 확장까지 연달아 호재가 이어졌다. 지난해 티웨이항공은 매출 1조348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394억원을 내며 10%대 이익률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6.1% 늘어난 7490억원을 기록,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왼쪽에서 여섯 번째)와 신동익 인천국제공항공사 허브화전략처장 및 주요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프랑크푸르트 신규 노선 취항식을 갖고 있다.<티웨이항공>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왼쪽에서 여섯 번째)와 신동익 인천국제공항공사 허브화전략처장 및 주요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프랑크푸르트 신규 노선 취항식을 갖고 있다.<티웨이항공>

유럽 노선 확장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라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주요 노선을 이관 받은 티웨이항공은 지난 5월 인천~자그레브 노선을 시작으로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어 8월 인천~로마·프랑스, 9월 인천~바르셀로나, 10월 인천~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노선은 5개월여 만에 5개로 늘어났다. 

상반기 유럽 노선 확장에 공을 들인 결과, 하반기 실적 전망을 밝히고 있다. 실제 최근 티웨이항공의 국제선 여객 수는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의 올해 7~8월 국제선 여객 수는 117만5061명으로 전년 동기(102만7803명) 대비 14% 증가했다. 중·단거리 노선에 치중된 제주항공과 달리 티웨이항공이 메가 LCC 출범 임박에도 개의치 않았던 이유다.

4연임 빨간불?...잇따른 운항 사고,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하지만 항공업계에서 가장 민감한 운항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굳건했던 정 대표의 4연임 행보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유럽 노선을 단기간에 빠르게 확장하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점검하고 넘어갔어야 할 안전 부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4일 김포발 제주행 TW723편 항공기가 이륙 뒤 곧 기내에서 연기 발생으로 인해 다시 김포공항으로 회항해 비상 착륙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158명의 승객들은 한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불가피한 안전 점검 사항 발생으로 승객들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유관부서에서 기준에 따라 보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과 8월에는 지연 운항 등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6월 13일 오후 12시 5분 인천에서 오사카로 출발할 예정이던 티웨이항공 TW283편은 기체 결함으로 이륙이 11시간 지연됐다. 이 항공편은 오후 11시 4분이 돼서야 출발했고 이 과정에서 승객 310명 중 204명은 결국 탑승을 포기했다. 일부 승객은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기절하기도 했다. 당시 항공편에 탑승했던 피해 승객 152명은 티웨이항공을 상대로 단체소송을 진행 중이다. 

8월 28일에는 파리에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티웨이항공 TW402편이 유압유가 새는 기체 결함으로 결항했다. 공교롭게 이날은 티웨이항공의 프랑스 노선 첫 귀국편이었다. 티웨이항공이 대체편을 마련했지만 승객 143명은 당초보다 21시간 이상 지연된 29일 오후 6시에야 파리를 떠날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티웨이항공 항공편이 기체 정비 문제로 지연 또는 결항한 사례는 2022년 68건에서 지난해 510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15건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022년 말 인천~시드니 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올해 유럽 노선 확대까지 장거리 노선을 무리하게 확대한 나머지 급하게 들여온 A330-300, A330-200 등 에어버스 기재에 대한 정비 역량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공격적인 노선 확대에만 치중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경영권 인수 분쟁‘ 가능성도 정 대표 입장에선 불안 요소다. 정 대표가 나춘호 대표 등 예림당 일가 사람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대주주가 바뀔 경우 4연임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티웨이항공 2대 주주인 대명소노그룹이 최근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의 티웨이항공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본격화됐다. 예림당 측은 최대 주주 지위를 지키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6월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을 통해 14.9%를, 8월에는 계열사 대명소노시즌을 통해 11.87%를 확보하며 지금까지 총 지분율을 26.77%까지 끌어올렸다. 29.44%를 보유한 예림당과는 불과 2.67%p(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강민균 JKL파트너스 대표가 나 대표 등 예림당 일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정 대표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강민균 대표는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티웨이항공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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