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5년부터 SAF 2% 혼합 필수…2050년엔 70%
높아지는 비용 부담, 소비자에 전가될 수도
항공사들 “당장 큰 부담은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SAF 시범운항에 나섰다.<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SAF 시범운항에 나섰다.<대한항공>

[인사이트코리아 = 김재훈 기자] 내년부터 유럽 하늘을 나는 모든 항공기는 지속가능항공유를 2% 혼합해야 한다. 일반 항공유보다 더 비싼 지속가능항공유에 대해 항공사들은 적은 비율이기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의무 혼합 비율이 점점 높아지면 항공사들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항공사 부담은 곧 승객 부담으로 전가된다. SAF 혼합으로 인한 비용 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티웨이항공은 내년부터 EU가 시행하는 ‘리퓨얼EU’에 따라 SAF(지속가능항공유)를 2% 혼합해 유럽 하늘을 운항한다. 공급망은 이미 마련해뒀다. 기존에 항공유를 급유받던 현지 급유사를 통해 SAF가 2% 혼합된 항공유를 받는 식이다. 유럽에서 출발하는 항공편만 SAF를 혼합하면 되기에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항공편은 SAF를 혼합할 필요가 없다.

리퓨얼EU는 2025년부터 EU 26개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는 항공유에 SAF를 2% 섞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비율은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까지 높아진다. SAF는 폐식용유·생활폐수 등을 정제해 만들어진 친환경 연료로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다만 가격은 2~5배 정도 비싸다.

SAF 혼유는 전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영국은 EU와 마찬가지로 내년부터 SAF를 2% 혼합 사용하도록 한다. 이 비율은 2030년 10%, 2040년 22%로 높아진다. 유럽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 셈이다. 싱가포르는 2026년부터 SAF 혼유를 강제한다. 일본은 2030년까지 항공유의 10%를 SAF로 대체하고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 100%를 SAF로 바꾼다.

현재 SAF를 혼합하도록 강제하는 국가는 프랑스뿐이다. 혼합 비율은 1%다.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만 혼유가 필수이며 프랑스로 들어가는 항공기는 SAF를 쓸 필요가 없다. 프랑스 노선을 가지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SAF 혼유로 프랑스 하늘을 운항한 경험이 있다.

SAF는 일반 항공유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점 때문에 줄곧 SAF로 인한 비용 부담이 항공권 가격으로 전가되는 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1·2% 수준은 항공사 입장에서도 그리 부담이 크지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SAF로 운항하고 있는 프랑스 노선의 경우 SAF 1% 혼유 이전과 이후 차이가 미미하다고 말한다. 유럽 운항을 앞두고 있는 티웨이항공도 “항공권 가격 인상을 고려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SAF 혼합 비율이 문제

문제는 SAF 혼합 비율이 계속해서 높아진다는 점이다. 항공유는 항공사가 지출하는 비용 30%를 차지한다. SAF 혼합 비율이 낮을 때는 부담이 없지만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혼합 비율에 따라 항공유 비용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곧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백재 IATA 한국지사 지사장은 “IATA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항공사의 비용 부담이 어떤 식으로든 승객에게 전가되는 점”이라며 “항공사 간·국가 간 비용 부담의 차이는 있겠으나 그 비용 증가분이 승객에게 세금이든 유류할증료든 혹은 요금 자체가 오르는 경우든 금액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항공사들 운영 자체가 힘들어 진다”고 말했다.

SAF 비용 증가분 상쇄하는 방법도

SAF로 인한 비용 증가분을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에 대해선 현재 구체적인 해결 방법이 나오진 않았다. 항공 국제 기구인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와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내부에서도 관련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

다만 SAF 비용 증가분을 상쇄시키는 방법들이 조금씩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SAF 부산물을 고부가 가치 석유화학 제품으로 만들어 SAF 제작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한기보 고등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제 9회 항공 환경 세미나에서 “SAF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SAF의 양보다 더 많다”며 “현재 SAF 부산물의 값어치는 SAF보다 몇 배 비싸지만 (부산물을 활용할 방법이 없어) 모두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AF를 만듦과 동시에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면 SAF의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며 “정유사도 아닌 LG화학이 SAF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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