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호연 쇼케이스 영상에서 ‘호연, 서브컬쳐와 거리 있다’
목표 유저층 애매해졌다는 지적 나오는 등 게임 둘러싼 유저들 여론 악화
호연 기획 당시부터 서브컬쳐보다는 캐주얼 RPG에 초점 맞췄다는 분석도

[인사이트코리아 = 신광렬 기자] 최근 연속된 악재로 위기를 맞은 엔씨소프트가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의 작품들을 잇따라 내세우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우려섞인 시선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신작 ‘호연’의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추가 영상을 공개하며 인게임 플레이와 수익구조(BM)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작품은 엔씨의 대표적인 지적재산권(IP)인 ‘블레이드 앤 소울’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스위칭 RPG를 표방했다.
그러나 현재 유저들 사이에서 호연을 둘러싼 시선은 곱지 않다. 이전부터 호연에 대한 유저들의 여론은 반신반의에 가까웠지만, 이번 쇼케이스로 인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현재 유저들에게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요소는 해당 게임의 목표 유저층이다. 호연은 쇼케이스 공개 이전부터 블레이드 앤 소울 세계관을 애니메이션풍으로 재해석한 캐릭터 아트와 그래픽을 내세웠다. 이로 인해 유저들 사이에서는 엔씨가 최근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중국 호요버스의 ‘원신’ ‘젠레스 존 제로’와 같은 서브컬쳐풍 게임을 출시한다는 기대를 받고 있었다.
쇼케이스 영상에서 엔씨는 ‘호연은 서브컬쳐와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라고 선언했다. 엔씨는 ‘서브컬처 특징 중 하나인 개개인의 깊이 있는 스토리와 픽업 캐릭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최대한 버려지는 캐릭터 없이 다양한 영웅을 성장시키고 활용하는 것의 리빌딩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하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같은 언급은 유저들 사이에서 호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확산되는 기폭제가 됐다. 게임은 서브컬쳐풍 아트 스타일과 그래픽을 내세우고 있는데, 정작 서브컬쳐와는 선을 그으며 어떤 유저층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가 애매해져 버렸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저는 “설령 내용물이 서브컬쳐계 게임이 아니라고 해도, 유저를 한 명이라도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이를 강조해 잠재적 유저들을 줄일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엔씨소프트 , 호연 첫 삽 뜰 때부터 캐주얼 RPG에 초점?
업계에서는 엔씨가 호연을 처음 만들 당시부터 서브컬쳐 게임으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엔씨는 ‘블레이드 앤 소울’의 후속작 ‘블레이드 앤 소울 2’를 출시하며 전작의 상징이었던 김형태 전 아트디렉터의 아트 스타일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등, 이전부터 서브컬쳐 풍 게임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같은 엔씨의 서브컬쳐 거부 성향을 배제하고서라도, 엔씨가 현 상황에서는 굳이 서브컬쳐 작품을 낼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게임시장에서 새로운 서브컬쳐 작품을 출시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현재 국내에서는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중국 호요버스의 ‘원신’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등의 기라성 같은 서브컬쳐 작품들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브컬쳐 게임 제작 경험이 현저히 떨어지는 엔씨가 새로운 작품을 출시한다면, 그 완성도도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타 게임들과 비교당하는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는 오랫동안 서브컬쳐풍 아트 스타일이나 게임을 제작한 경험이 없다. 따라서 관련 노하우도 부족하다”며 “특히 서브컬쳐 게임의 유저층은 게임을 보는 눈이 높기 때문에, 어설프게 서브컬쳐 게임을 표방하며 게임을 출시했다가는 앞서 출시된 작품들과 비교되면서 역효과만 날 수 있다. 엔씨가 서브컬쳐 게임과는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엔씨가 호연을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몬스터 길들이기’ 등의 캐주얼 RPG 작품들과 유사한 작품성을 가진 게임으로 출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당 작품들 또한 애니메이션 풍 그래픽을 채택했지만, 캐릭터 개개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대신 캐릭터들을 뽑아서 팀을 구성하고 캐릭터간의 시너지를 통해 효율이나 공격력을 극대화해 전투를 진행하는 것이 메인 골자다.
업계 관계자는 “캐주얼 RPG 게임은 타 게임들 대비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서 유저들을 끌어 모으기 용이하다”며 “불황을 타파하기 위해 장르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는 엔씨의 입장에서는 가장 무리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장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