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인수 효과로 공정자산 112조9000억원...전년비 30조 증가
한화오션 시총 1년만에 2조→9.5조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한화그룹이 올해 처음으로 ‘자산 100조원 클럽’에 안착했다. 오는 23일로 1주년을 맞는 한화오션 인수 효과로 자산이 일시에 불어난 덕분이다. 여기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오션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해 해외시장 확장 등을 지원하면서 한화오션의 기업가치(시가총액)도 급증했다.
한화, ‘한화오션 효과’ 누렸다...100조 클럽 최초 합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 한화그룹의 공정자산은 지난해 83조280억원보다 29조8720억원 늘어난 11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정자산은 대기업집단의 일반 계열사 자산총액과 금융 계열사의 자본총액을 더한 것을 말한다. 계열사 수는 96개에서 108개로 늘었다.
한화그룹의 자산 증대엔 지난해 5월 출범한 한화오션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경남 거제조선소를 비롯한 토지와 건물, 선박 수주잔고 등 13조원 넘는 자산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한화오션 시가총액도 한화그룹과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해인 2022년 2조원대에서 21일 종가 기준 9조543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룹 내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약 10조6600억원)에 이어 시총 2위다.
전자공시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한화오션은 전년 동기 대비 58.6% 늘어난 매출 2조28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12분기 만에 흑자전환(741억원)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52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시장에서는 고선가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3년 연속 적자를 끊고 올해 약 2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오션의 올 1분기 말 수주 잔액은 127조3470억원에 달한다.
올해 초 2만5450원이었던 한화오션 주가는 현재 3만1150원으로 22.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2.7%)을 크게 웃돌았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2.3%로 지난해 1분기(–4.4%)의 부진을 씻고 플러스 전환했다. 또한 한화오션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8900명 수준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약 6800명, 한화솔루션 약 6000명을 넘는다.
올해 연간 실적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화오션은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20여 척 이상의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물량으로 상선 부문의 전사 매출 비중이 80% 이상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수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올해 상반기 내 인도되면서 연간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 연간 수익성 장밋빛 기대되는 까닭은?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근 10년간 불황기에 빠져 대규모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한화그룹으로 편입하면서 경영정상화에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한화오션의 지난해 1분기 부채 비율은 무려 1858.3%을 기록했으나, 같은 해 말 223.4%로 대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재계는 ‘김동관 매직’이 실현된 것으로 분석한다. 방산과 태양광 등 주요 사업들을 그룹 핵심 사업 반열에 올려놓은 그가 한화오션을 인수해 ‘육·해·공’ 삼박자 체제를 완성시켰다는 해석이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23일 기존 대우조선해양 간판을 떼고 새 출발을 알리면서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커졌다. 기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한화오션 이사회까지 발을 넓혀 차기 총수로의 존재감을 키운 것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출범 후 국내외를 종횡무진하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거제조선소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고,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를 찾아 한화오션의 특수선에 대해 소개했다. 이후에도 ▲프랑스 파리 에어쇼 ▲폴란드 국제방위산업전시회 ▲싱가포르 가스텍2023 등에 모습을 비추며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논의했다.
한화오션은 그룹 친환경 포트폴리오 내에서 해양 풍력 및 솔루션 신사업을 담당하는 한편 신사업 비중을 키워 상선시장 위축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한화 건설 부문의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 부문의 플랜트 사업을 양수하기로 했고 최근에는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설계·제작업체 다이나맥홀딩스 지분 인수에 900억원을 투자했다.
한화오션은 현재 해양플랜트와 특수선 사업에서 25%의 매출 비중을 두고 있는데 고선가 반영에 따라 상선 부문이 흑자 전환하며 실적 안정기에 들어선 동시에 플랜트‧풍력 등 해양 솔루션 부문이 덩치를 키우면서 실적 측면에서도 기여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해상풍력·플랜트 매출 목표만 1조원으로 잡았다.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오션의 자회사로 ‘한화쉬핑’을 설립하며 몸집을 더욱 크게 불릴 것으로 보인다. 항공과 방산, 해운, 조선업 등 다양한 물류 수단을 갖춰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나아가겠다는 행보다.
이같은 행보에 한국기업평가는 한화오션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양호한 수주 여건이 이어지면서 수주 잔고가 양적, 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한신평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고가 물량의 건조 비중이 높아져 본격적인 수익성 제고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신평 측은 “조선업계 인력공급 부족으로 인한 높은 공정 부하,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인건비·외주비·강재가 등 원가의 추가 상승이 수익성 개선을 제약할 수 있다”며 “향후 공정 안정화와 원가 통제 여부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