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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3 19:08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정주영의 손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바다·육지 글로벌 지배력 높인다
‘정주영의 손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바다·육지 글로벌 지배력 높인다
  • 손민지 기자
  • 승인 2023.12.1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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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CES서 첫 기조연설...주제는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
최근 사우디 고위 당국자와 만나 협력관계 모색
그룹 전반의 사업 밸류업 이끌며 친정체제 강화
정기선(왼쪽 세번째) HD현대 부회장이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알코라이예프 장관 일행과 울산 HD현대중공업 내 정주영 창업자 흉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HD현대>

[인사이트코리아=손민지 기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나섰다. 1982년생인 정기선 부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정 부회장은 이번 승진 이후 글로벌 경영 행보를 더욱 넓혀가는 모양새다.

글로벌 보폭 확대...바다 이어 육지도 접수

14일 재계에 따르면 정기선 부회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무대에 오른다. 특히 내년에는 CES 기조연설을 맡는다. 정 부회장이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초청으로 기조연설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세 번째이자 가전 이외 기업 관계자로는 최초다. 내년 전시에서 진행할 기조연설 주제는 ‘사이트(Xite)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알려졌다. 안전과 안보, 공급망 구축, 기후 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비전을 뜻한다.

정 부회장은 올해 CES에서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하며 바다에 대한 관점 및 활용 방식에 대한 변화를 이끌 HD현대만의 미래 해양 전략을 소개했다.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은 바다에 이어 육상을 기반으로 한 회사의 미래 구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CES 2024에서는 바다에 이어 육상(Xite)에서도 인류의 미래를 새롭게 건설하는 퓨처 빌더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3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고위 당국자와 만나 끈끈한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는 사우디아라이바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이예프, 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사우디 산업개발기금(SIDF) CEO인 술탄 빈 칼리드 알사우드 왕자를 만났다. 정 부회장은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사우디를 방문해 알코라이예프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방문을 요청했는데 그가 이에 응하면서 이번 면담이 성사됐다. 알코라이예프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 중 한 명이다.

정 부회장은 면담 자리에서 “HD현대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기간 다져온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조선사업뿐만 아니라 친환경에너지 사업 등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 왔다”며 “현재 진행 중인 협력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동시에 향후 공동 발전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현재 사우디아람코개발회사 등과 손잡고 중동 지역 최대 합작 조선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독자 개발한 ‘힘센 엔진’의 현지 생산공장도 첫삽을 떴다. 재계 관계자는 “HD현대의 본업인 조선업은 물론이고 건설기계, 스마트에너지 분야 등에서 사우디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며 “특히 사우디와 같은 나라는 총수의 세일즈 능력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를 비롯한 건설기계부문 3사 경영진과 함께 글로벌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그룹 내 핵심 사업으로 성장한 건설기계 부문 사업전략과 시장 전망 가설의 유효성에 대해 고민과 검증이 필요하다”며 내년 경영계획에 대한 점검을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정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이 지난달 11일 승진하면서 사실상 HD현대의 수장으로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그는 내년 선박 유지·보수·개조 전문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의 IPO(기업공개)도 추진할 예정이다.

부회장 승진, HD현대 오너 경영체제 전환 신호탄?

정 부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2013년 6월 현대중공업에 복귀했다. 그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 출범을 주도해 5년 만에 5배 넘는 매출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2020년에는 사내벤처 1호로 시작한 아비커스를 자율운항·항해시스템을 개발하는 전문 계열사로 키웠다. 2021년 부사장이 된지 4년 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지주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를 맡아 그룹 경영활동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다시 2년여 만에 부회장 직급을 달면서 명실상부한 그룹 리더로 발돋움했다.

HD현대는 최대 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이 2002년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권오갑 회장 등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승진 이후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그의 승진으로 HD현대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며 조선 사업을 진두지휘한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 등은 내년 퇴진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그룹의 승계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1982년생인 정 부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HD현대>

정 부회장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것은 국내 1위 조선소를 둔 HD현대의 조선 사업부문이다. 그는 앞서 선박 영업과 미래기술연구원에 근무하면서 글로벌 조선시장 불황에 따른 생존 전략을 구상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경험이 불황을 딛고 올해 조선부문 흑자전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조선 사업부문은 올해 중소형 선박 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STX중공업을 인수했는데, 이를 정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디젤 엔진과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엔진부문에서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HD현대가 대형 엔진에 강점을 가진 만큼, 글로벌 전 분야에서 지배력 및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는 특수선(잠수함·수상함) 분야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국내 최초로 잠수함용 리튬 배터리 전원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등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이 분야에서 2조원 이상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제시, 방위사업청 호위함 경쟁 패배를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정기선, 미래 성장동력 발굴 ‘앞장’

정 부회장은 주력인 조선사업을 비롯한 그룹 전반의 사업 밸류업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건설기계·전력기기를 비롯한 그룹 내 주요 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혁신을 이끄는 동시에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선제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승진 후 첫 행보로 지난달 13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전동화센터 개소식에 참석, 초격차 전동화 기술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2021년 그룹의 수소 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을 통해 수소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HD현대 전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한 ‘수소밸류체인’ 구상을 공개했다. 이듬해인 2022년엔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사업 개척에도 속도를 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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