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사 ‘주력’ 자동차·장기보험 부진에 아무도 승기 못 잡아
자산 큰 삼성 vs 투자이익률 높은 메리츠…팽팽한 접전

<각사, 사진 편집: 손규미>
<각사, 사진 편집: 손규미>

[인사이트코리아 = 손규미 기자] 삼성화재가 3분기 손해보험업계 선두 자리를 메리츠화재로부터 탈환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주력인 자동차보험에서, 메리츠화재는 강세인 장기보험에서 부진한 실적을 거두며 어느 곳 하나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했다.

보험업계 보험손익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투자손익이 연간 1위 자리를 결정할 전망이다. 삼성화재가 자산운용규모로 찍어누를지, 메리츠화재가 높은 투자이익률로 반전 드라마를 쓸지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순이익은 1조78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별도 기준 누적 순이익은 1조4631억원으로 같은 기간 20.24% 하락했다.

삼성화재의 3분기 실적 감소는 보험손익 부문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주요 상품인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와 예실차(예상과 실제 차이) 축소 등에 따른 것이다. 3분기 누적 보험손익은 1조37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7.8% 줄었다.

특히 자동차보험 적자 전환 영향이 컸다. 3분기 자동차보험 부문 손익은 64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4년 연속 이어진 요율 인하 영향과 호우·폭염 등 자연재해에 따른 사고 증가 탓이다. 누적 기준으로는 341억원 손실을 냈다.

장기보험 부문 손익도 보험금 예실차 축소로 줄었다. 보험계약마진(CSM) 총량 확대로 상각이익은 증가했지만 손해율이 상승한 영향이다. 이에 누적 보험손익은 1조2172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

삼성화재 실적은 그나마 투자손익이 방어했다. 투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한 8090억원을 달성했다. 3분기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주식·대체투자 평가익 증가와 저이원 채권(이자율이 낮은 채권) 교체매매 효과였다. 누적 투자 이익은 2조3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3분기 실적 감소로 상반기에 누렸던 선두 자리를 삼성화재에 내줬다. 순이익은 3분기 별도 기준 4638억원, 누적 1조451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3%, 2.8% 줄었다.

삼성화재와 마찬가지로 투자손익이 개선됐으나 보험손익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메리츠화재의 3분기 누적 보험손익은 1조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메리츠화재는 보험 손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기보험에서 실적이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장기보험 손익은 1조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예실차가 지난해 3421억원에서 올해 48억원으로 99% 축소된 영향이다.

메리츠화재 측은 의료파업 종료 이후 수술과 진단비 청구가 증가했고 영업일수가 확대되며 예실차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용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투자손익은 보험손익 감소를 일정 부분 상쇄하는 데 기여했다. 누적 투자손익은 92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채권·주식 관련 평가이익 확대 등의 효과였다. 이에 힘입어 3분기 말 자산운용 투자이익률은 4.6%를 기록하며 삼성화재(3.67%)를 앞섰다.

그러나 자동차 보험 비중이 낮은 메리츠화재도 적자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메리츠화재의 3분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지난해 164억원 흑자에서 올해 8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일반보험손익도 1억원 손실을 냈다.

자산 큰 삼성, 연간 1위 전망 우세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올해 순이익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겨루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2023년 3분기에 처음 삼성화재를 앞질렀다가 1개 분기 만에 선두를 내줬으나, 올해 상반기에 다시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화재는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으로 메리츠화재를 넘어섰다. 하지만 그 격차는 단 121억원에 불과하다. 주요 손보사들의 실적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악화된 만큼 4분기엔 자동차보험 비중이 낮은 메리츠화재가 선두 탈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다만, 업계는 삼성화재의 연간 1위 수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자사 규모를 보면 삼성화재(86조원)가 메리츠화재(44조원)의 2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업계에선 투자손익이 보험손익을 방어하는 추세인 만큼, 자산 규모가 클수록 규모의 경제를 쉽게 일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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