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투자손익 6048억원…전년 대비 52.8%↑
자산운용 투자이익률 4.5%…‘원 메리츠’ 개편 효과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메리츠화재, 편집=남빛하늘>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메리츠화재, 편집=남빛하늘>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메리츠화재가 올해 상반기 투자손익 6000억원을 넘기며 ‘빅5’ 손해보험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5개 손보사(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의 지난 상반기 별도기준 투자손익은 총 2조3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투자손익이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발생하는 수익 또는 손실을 의미한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메리츠화재가 전년 대비 52.8% 늘어난 6048억원으로 가장 많은 투자손익을 거뒀다.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투자손익(7616억원)의 79%를 넘어서는 실적을 올린 것이다.

투자손익이 크게 개선된 이유에 대해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지난 8월 진행한 ‘2025년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장기채권 교체매매 차익(751억원)과 국내외 주식 시장 호조에 따른 평가이익(540억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의 투자손익은 5886억원으로 전년보다 57% 늘었다.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도 각각 163.4%, 15.9% 증가한 2623억원, 240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3369억원으로 전년 대비 37.1% 줄었다.

국내 5개 손해보험사 투자손익 추이.<자료: 각사, 인포그래픽: 남빛하늘>
국내 5개 손해보험사 투자손익 추이.<자료: 각사, 인포그래픽: 남빛하늘>

메리츠화재는 자산운용 투자이익률도 업계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3.9%, 2023년 3.7%를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4.6%까지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도 4.5%로 손해보험업계 평균(3.2%)을 크게 웃돌았다.

자산운용 투자이익률은 자산 운용으로 얻은 수익을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렸는지 가늠할 수 있다.

원 메리츠…자본 배분 효율↑

메리츠화재의 뛰어난 자산운용 성과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에서 비롯됐다. 이는 2023년 4월 메리츠금융그룹이 추진한 ‘원 메리츠(One Meriz)’ 지배구조 개편과 맞닿아 있다. 당시 메리츠는 그룹 내 상장 3사 중 지주만 남기고 화재와 증권을 상장 폐지해 지주사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그 전에는 금융지주 아래 화재와 증권이 각각 상장사로 존재했다. 화재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증권은 투자 딜(Deal)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상장사가 따로 운영되다 보니 계열사 간 소통에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중요한 의사결정이 늦어져 핵심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편 이후 의사결정 적체 문제가 해소되면서 자본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메리츠금융은 동시에 ‘그룹부채부문’과 ‘그룹운용부문’을 신설해 그룹 전반의 재무 유연성을 강화했으며, 각 계열사의 조달 및 자산운용 역량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증권의 딜 소싱 이후 지주의 발 빠른 투자 결정, 화재와 캐피탈 등 다른 계열사의 든든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유기적인 체제 아래 그룹 전반의 재무 유연성이 한층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높은 수익 뒤에는 위험도 따른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수익증권 등 위험자산에 집중돼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운용자산은 42조3000억원으로 국공채 등 채권 39.8%, 대출채권 32.7%, 수익증권 14.6%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10조5000억원 전체의 25%에 달한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메리츠화재는) 기업대출, 부동산PF 등 고수익자산 투자 비중이 높아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부실 가능성이 내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최희문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최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지금 PF 시장은 규모보다 건전성이 중요한 시기”라며 “보수적인 기준을 유지하면서 구조화 역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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