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하락...SK해운 인수 무산 등 대내외 악재
최원혁 대표, 위기 극복 카드로 해외 터미널 낙점
지난 3월 취임 이후 스페인·브라질 터미널 성과내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대내외적으로 불어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HMM은 최근 미국발(發) 고율 관세 여파로 해상운임이 하락하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추진했던 SK해운 인수 역시 무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지난 3월 취임한 최원혁 대표는 임기 초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최 대표는 반전의 계기를 새로운 사업에서 찾고 있다. 물류업계에서 4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살려 해외 항만 터미널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미국發 관세 여파, 해상운임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
4일 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해상운임을 대표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일 기준 1550.74를 기록했다. 이는 6월 6일 이후 8주 연속 하락한 수치로 두 달 사이 약 690포인트가 빠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철강 등에 대한 품목 관세정책으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해운 물동량이 크게 감소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HMM은 미주, 유럽, 동남아 등의 주요 글로벌 항로에 선복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SCFI 변화가 수익성과 직결된다. 운임이 떨어지면 그만큼 화물 1TEU(20피트 컨테이너 단위)당 매출이 줄어들고 고정비 비중이 높은 해운사의 특성상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된다. 연료비, 선박 리스료, 인건비 등은 쉽게 줄일 수 없는 고정비인 탓에 운임이 낮아졌다고 해도 비용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며 결과적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하게 되는 구조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534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16% 감소한 수준이다. 하반기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대비 높아진 관세가 소규모 기업과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물동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요약한 영국의 해운 시장 분석 기관 MSI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HMM은 이 같은 운임 변동 리스크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그 핵심이 바로 SK해운 인수였다. SK해운은 원자재 운반에 특화된 벌크선 위주의 해운사로 에너지·화학 화물 운송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다. HMM은 컨테이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벌크 운송을 더함으로써 수익구조를 안정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인수 협상은 결렬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HMM은 SK해운 최대주주 한앤컴퍼니 측이 제시한 인수가격과 사업 시너지에 대해 신중한 재검토를 진행했고 내부 투자심의 과정에서 ‘기대 대비 효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HMM 측은 이날 공시를 통해 “SK해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 보도 관련, 거래상대방으로부터 현재 확정사항을 수령받은 바 없다“며 “추후 변경사항 확인 시 공시 제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원혁 대표, 위기 극복 카드로 해외 터미널 사업 ‘픽‘
최 대표는 위기 극복 카드로 해외 항만 터미널 사업을 꺼내들었다. 해상운임의 급격한 변동성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물류 전반을 자사 통제 하에 두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HMM은 전 세계 6개 국가에서 8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HMM은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 세계 8위 기업이지만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보유 터미널 수는 적은 편이다. MSC는 34개국에서 67개 터미널을, 머스크는 35개국에서 59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HMM이 집중하고 있는 국가는 스페인과 브라질이다. 물류 전문가로 해외 터미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최 대표는 취임 이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인에서는 기존 운영 중인 알헤시라스항 TTIA 터미널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HMM은 지난 6월 스페인 항만청(APBA)에 서측 부지 확장에 대한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다. 총 투자금액은 1억5000만 유로(한화 약 2400억원) 규모다.
이번 확장을 통해 터미널 부지는 30만㎡에서 46만㎡로 연간 처리용량은 160만TEU에서 210만TEU로 늘어날 예정이다. 향후 최대 280만 TEU까지 확대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으며 운영권 역시 기존 2043년에서 2065년까지 연장될 계획이다. 알헤시라스항은 아프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환적 거점으로 이번 확장을 통해 HMM은 유럽 항로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미에서는 브라질의 핵심 항만인 산토스항 테콘10(Tecon 10)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HMM 브라질법인은 지난달 현지 수상교통국(ANTAQ)과 만나 사업 참여 의향을 전달했으며 총 투자 규모는 약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테콘10은 62만㎡ 규모 부지에 연간 350만TEU 처리가 가능한 대형 터미널을 새롭게 개발하는 사업으로 향후 25년간 운영권이 부여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MSC, 머스크 등 기존 글로벌 해운 대기업들이 1차 입찰에서 제외된 상태여서 HMM이 실질적인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HMM이 해외 항만 터미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해상운임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고민이 있다. 해운업은 통상적으로 시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큰 반면 자체 터미널을 확보하면 선박 접안·처리 일정에서 유연성을 갖는 동시에 터미널 수수료 수익이라는 안정적인 수입원도 기대할 수 있다.
HMM 관계자는 “HMM은 중장기 5대 성장 전략에서 밝힌 바와 같이 터미널 등 글로벌 항만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해외 터미널을 적극적으로 투자,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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