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은행·환전소보다 환전 수수료 측면에서 유리
혜택 남용·카드사 수익성 부담 우려 있지만 ‘신규 고객 유입’에 긍정적 해석도

[인사이트코리아 = 남빛하늘 기자]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트래블카드’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각종 수수료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 덕분에 해외여행 ‘필수템’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혜택을 여행객보다 현지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래블카드는 은행과 카드사가 연계해 제공하는 외화 특화 결제수단이다. 모바일 앱(App)에서 원화를 외화로 미리 환전한 뒤 해외에서 실물카드로 직접 결제하거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현금을 인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트래블카드 시장은 국내 은행계 카드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2022년 7월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를 선보이며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지난해 2월 신한카드 ‘쏠(SOL)트래블’, 4월 KB국민카드 ‘트래블러스’, 6월 우리카드 ‘위비트래블’, 7월 NH농협카드 ‘NH트래블리’가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드사들의 해외 결제 실적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8개 카드사 개인 고객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해외에서 체크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2조5775억원에 달한다.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약 36% 증가한 규모다.
트래블카드의 인기 비결은 ‘3무(無)’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원화를 외화로 환전할 때 수수료가 없다. 이달 1일 기준 은행권의 미국 달러 환전 수수료율(살 때)이 일반 영업점 1.50~1.90%, 공항 4.20~4.25%라는 점과 비교하면 트래블카드를 이용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특히 과거처럼 ‘환전 신청→영업점 방문→외화 수령’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모바일 앱을 통해 간편하게 환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여기에 해외에서 카드로 결제할 때 부과되는 수수료, ATM을 통한 현금 인출수수료까지 모두 면제되면서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해외 거주 교민들에게 더 인기 있는 이유는?
이처럼 해외여행객을 겨냥해 설계된 트래블카드가 최근에는 오히려 해외 거주 교민들 사이에서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 온다. 현지 은행이나 환전소보다 수수료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필리핀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은 “현지 교민들에게 환전은 항상 고민거리 중 하나”라며 “예전엔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현지 환전소를 찾아 다녔지만, 한국 카드사의 트래블카드를 사용한 뒤로는 환전 부담이 훨씬 줄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해외 교민은 “잠깐 한국에 들어갔을 때 트래블카드를 발급 받았다”며 “앱에서 한국 돈을 환전해 두고, 필요할 때 수수료가 면제되는 ATM에서 출금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트래블카드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 거주자가 반복적으로 혜택을 이용할 경우 카드사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는 <인사이트코리아>에 “일부 고객이 여러 트래블카드를 활용해 현금을 대량 인출하는 등 혜택 남용 사례가 발생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남용 방지를 위해 한도 제한, 혜택 축소 등 추가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카드업계는 현재로선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일별 또는 월별 등 정해진 출금 한도 내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보니 카드사 입장에서 안 좋은 영향이나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현재로선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해외 ATM 인출에 한도를 두고 운영 중이다.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는 하루 6000달러 및 월 1만 달러, 신한카드 쏠트래블도 월 1만 달러로 제한돼 있다. KB국민카드 트래블러스의 경우 수수료 면제 혜택 횟수를 10회로 정해뒀다.
오히려 이를 통해 신규 고객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지 교민들이 트래블카드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교수 역시 “해외여행객뿐 아니라 현지 교민 등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며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 신사업 개발 등 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