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만톤 규모, 최대 1800억원 수준
모기업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적극 지원
하반기 실적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듯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현대제철>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현대제철>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철강업계가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 등 삼중고가 겹치며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 모기업 현대차그룹과 발맞춰 미국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제철, 막힌 혈 뚫었다...한국GM에 연간 10만톤 車강판 공급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하반기 중 한국GM에 연간 10만톤 규모의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기로 했다. 세계 1위 철강 업체 중국 바오산강철이 맡아오던 철강재 공급 물량 전부를 현대제철 제품으로 대체하게 된 것이다. 

한국GM은 최근 바오산강철에 이 같은 방침을 통보한 데 이어 현대제철 강판의 품질 인증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9~10월께 납품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계열사인 현대차·기아를 제외하고 단일 공장에 이 정도 규모의 자동차 강판을 대량 납품하는 것은 처음이다. 자동차용 강판 시세가 톤당 110만원(일반 냉연강판)~180만원(고장력 강판)인 것을 고려했을 때 연간 계약 규모는 1100억~18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대제철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현재 10% 수준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 비중을 최대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국GM은 그간 완성차업계에서 경쟁 관계인 현대차그룹을 의식해 현대제철과 거래를 맺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관세 부과 등으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갈등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한국GM은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제철 손을 잡았다.

모기업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지원사격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지원사격도 이번 계약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정 회장과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공동 구매, 공동 연구 등 협력의 포문을 열었다. 

일각에선 정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신임을 받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58억 달러(약 8조8000억원)의 천문학적 금액을 들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정 회장과 서 대표 등 현대차그룹 핵심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엄지를 치켜세워준 바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완성차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에 베라 회장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노조와의 갈등, 공장 휴업 등 국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제철에게 한국GM과의 계약은 막힌 혈을 뚫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4월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하며 7개월여 간의 교섭 난항을 끝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고 H형강을 주로 생산하는 경북 포항 2공장은 극심한 철강 수요 침체로 생산 물량이 없어 지난 7일부로 휴업 조치를 단행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역시 실적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다만 하반기 자동차 강판 납품이 시작되면 올해 4분기, 내년 1분기 실적부터 회복될 개연성이 높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수년간 한국GM에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려고 노력해온 결실을 맺었다“며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간 평균 1500억원가량 계약 규모는 실적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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